멕시칼리

2023.05.13 15:19

조형숙 조회 수:15

오늘 5월6일은 멕시코 멕시칼리 선교를 가기로 했던 날이다.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며 집에 있다.
 
   멕시칼리 선교를 계획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준비물을 확인하고 서약서와 신청서를 제출했다. 모든 준비과정을 마치고 선교의 날을 기다리던 중 연기가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멕시칼리의 선교사께서 "긴급 기도 요청을 합니다. 지난 6년간에 걸쳐 예수공동체마을 안에 13채의 집과 교회당, 진료실, 미용실, 사무실, 어린이 놀이터를 건설했습니다. 3년전부터는 지역주민들과 어린아이들을 위한 대형식당과 교육관을 완공하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1년 전부터 공동체 마을과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생활필수품과 일상용품을 염가로 취급하는 생활관을 건축하여 완공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라는 글과  화재 현장을 사진찍어 보내왔다. 
 
  지붕에서 용접을 하던 중 불똥이 지붕 방열용으로 붙여 놓은 스치로폼에 옮겨 붙어 순식간에 큰 화재가 일어났다. 큰 기둥과 철재로 되어 있던 지붕 근간만  뼈처럼 남아 가슴을 싸하게 만들었다. 나머지는 목재와 합판 드라이 월로 되어 있었는데 마침 강풍이 불어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메인 계기판과 전선까지 타버려 예수공동체 마을이 암흑천지가 되었다.  소방서에 신고하여 소방차들이 출동하였지만 이미 전소된 후에 도착하여 남겨진 불씨만 처리하고 돌아 갔다. 
 
  한방 치료를 하던 방에 나란히 놓인 의자가  뼈대만 남아있다.  환자들이 기다리고 앉아있던 의자였다. 접수를 보던 책상도 누워 침을 맞던 침대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번 방문 때 있었던 13채의 집이 보이지 않았다. 소망을 가지고 치열하게 열심을 다해 만든 집이었다. 몇가정은 입주했고 나머지는 분양중이었다. 새 살림을 시작한 집을 화재로 잃어 버렸다. 텅빈 넓은 마당에 터만 남았고 철골 사이 저멀리로 공허한 땅과 언덕이 보였다. 아직도 마당에는 긴 호수가 널부러져 있고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시설의 회복을 의논하고 있었다. 마당에 있던 벤이 형체만을 남기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분이 도네이션한 자동차로 선교사 부부가 직접 가서 몰고온 차였다. 선교회관의 화재 앞에서 안타끼워 울부짖는 소리가 귀에 쟁쟁 들려왔다. 그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어른거린다. 
 
   선교사는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어이도 없고 당황스러웠습니다. 흉물스럽게 남은 몰골을 보니 여러 성도님들의 정성과 관심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황망하고 허무한 마음에 그저 눈물만 흐를 뿐입니다. 그러나 이대로 쓰러지거나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역은 개인이나 어떤 단체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성스러운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고 맨주먹으로 시작하였으니 초심의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 걷겠습니다. 염치없지만  다시 일어설 재건을 위하여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화재중에도 인명피해가 없는 것을 감사합니다." 라고 전했다.
 
 팀장님들이 찾아간 현장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더 심각했다  모든 것이 잿더미에 쌓였고 철골 구조는 불에 녹아 휘어져 다시 쓸 수가 없었다. 근처에 있던 자동차는 까만 숯이 되었다. 그래도 성전과 우리 사역하던 쪽은 온전했다. 하나님이 더 큰 일을 이루어주실 것을 믿으며 힘을 다시 낸다. 공동체마을 근처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주변을 깨끗하게 치워 주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불신자들인데 선교사님이  펜데믹 기간 동안 여러차례 선물꾸러미를 주는 등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팀원들은 궁금하고 가보고 싶지만  건물해체 작업이 마무리 되면 다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빨리 회복이 되고 더욱 귀한 선교지가 되도록,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넘치도록 모여 기도한다. 살아 가면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뜻밖의 일이 있다. 사람들은 미리 알 수도 없고 또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선교는 연기 되었다. 선교의 기억과 설렘이 아픔으로 남았다. 그러나 예수공동체마을을 재건하고 다시 꿈을 위해 도전한다면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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