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2023.05.13 15:22

조형숙 조회 수:15

미주 복음 방송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다. 

 
방송 후원비와 월 회비가 들어오면 컴퓨터에 정리하는 일을 했다. 설교를 다시 듣기 원하는 회원에게는 CD를 구워 신청자의 집으로 우송해 드린다. 겉봉에 주소와 이름을 쓰는 일이 아주 즐거웠다. 글씨를 시원스럽게 잘 쓴다는 칭찬을 들으면 더 좋았다. 
1500-2000장이 넘는 방송국 뉴스 페이퍼를 회원들께 보낼때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우표를 붙여야 했다.  봉투를 접어 닫을 때는 한장 씩 하지않고 10장 정도의 봉투를 겹쳐놓고 스폰지에  물을 묻혀 끈끈이에 바른다. 시간 절약, 손가락 힘을 절약할 수 있다. 
 
 박목사님이 방송국장으로 오시면서 사모님이 방송실을 맡으셨다. 사모님은 한국에서 아나운서를 하셨다.  성경읽기와 인터뷰를 맡아 하다가 드라마를 시작했다. 오래 전 배우생할,성우생활을 하셨던 분들이 모였다. 드라마 시나리오가 나오고 기성의 배우들이 책상에 
빙 둘러 앉았다. 나도 하고 싶어 신청을 하고 들어갔다. 방송에 아무 경력도 없는 나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그들의 눈을 보면 무시당하는 느낌이 있었다. 자신들은 완벽하다는 자만심이 있었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엑스트라로 몇개의 드라마를 마쳤다. 
어느날 새 드라마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주인공의 친정 어머니가 경상도 사람이었다. 경상도 사투리가 필요했다. "누가 장모님을 맡으실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눈치를 보던 내가 손을 들었다. 제가 해 보겠습니다. "자 한번  해 보세요." 
"쪼매 치우미 살아라. 드러븐 거 이래 낑가놓지 말고 바로 바로 치와라. 우예 이래놓고 사는지  모리겠다."  성우들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사투리를 잘해요? 고향이 경상도에요?" "아니요 서울입니다" 
나는 그 드라마에서  장모역할을 자신있게 잘 마쳤다.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어릴적 부터 말의 흉내를 잘내는 나를 주변에서는 성우를 해보라고 했다. 사투리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그 말 들을 쉽게 따라했다. 특히 전라도 사투리와 이북 사투리는 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결혼하고도 남편은 나를 성우 시키지 못한 것을 늘 아까워했다.  방송국 자원봉사를 하면서 성우도 해보았고 방송하고 싶은 소망도 이루었다. 꿈이란 가슴에 품고 있으면 언제고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살아 오면서 하고 싶은것은 다 해보았다. 미술과 춤을 해보지 않았다. 반고호를 시작으로 이제 그림에는 입문했다. 따뜻한 노랑을 바탕색으로 쓰는 고호의 색감과 불타는 듯한 열정이 늘 좋았다. 음악 보다는 조금은 자유스러운듯 하다.  
진정한 미술가는 못되더라도 시작했다는 기쁨이 더 크다. 소질없는 춤은 배우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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