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2008.04.29 21:32
해바라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의
꽃다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서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리
해바라기를 노래한 조지훈의 시 ‘마음의 태양’이다. 이룰 수 없는 애틋한 바람(원)이 아침 햇살 같이 산뜻하고 순수하다. 해바라기 꽃을 보노라면 태양을 향한 변치 않는 그리움이 부끄러워 바라볼 듯 말 듯 다소곳한 모양이 수줍은 처녀 같다. 해를 좋아해 해를 닮아가노라 힘들어 해바라기의 얼굴에 검은 깨가 닥지닥지 붙어도 밉지 않은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둥근 얼굴을 다소곳이 숙이고 햇살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서 꽃을 피우는 해바라기는 햇살이 뜨거운 여름이면 노랗고 둥근 얼굴을 들어낸다.
텃밭 길을 따라 피어나는 해바라기 꽃이 지난해에도 탐스런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의젓하게 서있었다. 튼실한 대를 기둥 삼아 옆가지마다 작은 얼굴이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모습이 엄마 뒤에서 치마꼬리 잡고 삐죽이 내다보는 수줍은 아이 얼굴 같다.
해바라기는 장미꽃 같이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도 없지만 인심 좋고 덕성스런 이웃집 아줌마를 닮았다. 기분이 우울할 때 하소연을 해도 웃으며 들어 줄 것 같은 넉넉한 가슴을 가져 위로를 받을 것 같은 정 많은 이모 같다.
해바라기는 다른 식물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잎과 줄기는 태양 쪽으로 향하는 해굽성을 나타낸다. 햇빛을 받는 쪽의 잎과 줄기에 있는 생장 호르몬인 옥신등은 햇빛을 받으면 파괴되어 세포분열이 느려지고 반대쪽은 호르몬이 그대로 있어 세포 분열이 빨라져 자연히 해 쪽으로 굽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를 일러 해굽성이라고 한다.
아주 빠르게 자라나는 해바라기는 계속해서 태양을 바라보게끔 세포 분열이 일어나 그렇게 해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생물시계라는 것과도 연관이 있어 서산에 해지고 나면 해바라기는 바라보고 따르던 길라잡이 사랑을 잃고 말지만, 해바라기는 언제나 내일 아침이면 저 해가 동쪽에서 다시 떠오른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 지나던 길에서 구입한 해바라기 한 점이 내 방 한 면에 걸려있다. 화면 가득한 샛노란 해바라기 꽃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어 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 당시 내 감정과 상반된 색채가 날 이끌었던 듯싶다. 우울한 기분을 털어버리려 외출을 했었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따뜻하고 친근한 성격으로 밝고 명랑하다고 한다. 나도 닮아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우울한 날 해바라기 앞에 있노라면 마음이 조금씩 밝아오는 것 갖고, 기분 좋은 날은 그런대로 밝은 색채가 더 정겨워 보여 마음이 따뜻한 친구가 생각난다.
요즈음 여기저기서 해바라기 축제를 벌이는 곳이 많이 눈에 띤다. 샛노란 색의 물결 속의 어린 꿈나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고 희망이 넘쳐흐른다. 외손녀 서영이도 해바라기 꽃을 좋아 한다. 내 고향 광주 에 자주 와서 앞뜰에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많이 보아서인지는 몰라도 밝은 성격이 작은 해바라기를 닮았다. 옛날 집을 헐어내 울퉁불퉁하게 메말라 다른 야채는 못 자라도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억센 생명력을 가진 모양이다. 요즈음은 농촌에 손길이 부족해 여기저기 버려진 빈 터가 많다. 그곳에 해바라기를 심는다면 보는 사람은 꽃의 넉넉한 마음을 닮아 여유로워지고, 관광 자원으로도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화가의 붓끝에서 다시 생명을 받아 영원히 살아 갈 수도 있다.
천재화가 고호의 작품 중에 해바라기를 그린 정물화가 있다. 이 그림은 고호가 여러 가지 직업을 찾아 전전하다 결국 화가가 되고자 파리로 가 처음 임대한 집에 노란 해바라기가 가득했기 때문에 태어난 그림이라고 한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 정동 서울 미술관 반 고호 전을 찾은 것은 해바라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2층 3층을 다 돌아 봐도 찾는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 빠졌다고 한다. 해바라기 그림은 겉만 본다면 꽃을 그린 정물이지만 내면에는 외롭고 가난했던 고호의 꿈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해바라기를 보며 고호의 숨결을 느껴 보고 싶었는데…….
사랑의 요정 크리티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하였으나 홀로 애끓은 사랑을 하였다. 사랑하는 아폴론을 애타게 바라보고만 있다가 그대로 해바라기 꽃이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가 전해져 온다. 해바라기를 보노라면 아폴론을 사랑하였던 크리티의 순수한 열정을 보는 듯하다. 그리워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장의 고통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사람이나 신이나 사랑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을…….
말 한마디가 절망에서 희망을 낚게 할 수도 있었는데 아폴론은 크리티가 해바라기가 되는 걸 왜 바라만 보았을까? 힘들다고 말할 때에 상대방에게 용기를 북돋아줄 말 한마디를 해 준다면 삶의 힘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돈 드는 일도, 힘 드는 것도 아닌데,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말을 넉넉히 나누워 사랑의 파장이 풍성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올해도 해바라기의 순수한 사랑을, 넉넉한 품성을, 부러져도 살아가는 인내를 닮고 싶어 해바라기를 심으련다.
(2008. 2.)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의
꽃다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서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리
해바라기를 노래한 조지훈의 시 ‘마음의 태양’이다. 이룰 수 없는 애틋한 바람(원)이 아침 햇살 같이 산뜻하고 순수하다. 해바라기 꽃을 보노라면 태양을 향한 변치 않는 그리움이 부끄러워 바라볼 듯 말 듯 다소곳한 모양이 수줍은 처녀 같다. 해를 좋아해 해를 닮아가노라 힘들어 해바라기의 얼굴에 검은 깨가 닥지닥지 붙어도 밉지 않은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둥근 얼굴을 다소곳이 숙이고 햇살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서 꽃을 피우는 해바라기는 햇살이 뜨거운 여름이면 노랗고 둥근 얼굴을 들어낸다.
텃밭 길을 따라 피어나는 해바라기 꽃이 지난해에도 탐스런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의젓하게 서있었다. 튼실한 대를 기둥 삼아 옆가지마다 작은 얼굴이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모습이 엄마 뒤에서 치마꼬리 잡고 삐죽이 내다보는 수줍은 아이 얼굴 같다.
해바라기는 장미꽃 같이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도 없지만 인심 좋고 덕성스런 이웃집 아줌마를 닮았다. 기분이 우울할 때 하소연을 해도 웃으며 들어 줄 것 같은 넉넉한 가슴을 가져 위로를 받을 것 같은 정 많은 이모 같다.
해바라기는 다른 식물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잎과 줄기는 태양 쪽으로 향하는 해굽성을 나타낸다. 햇빛을 받는 쪽의 잎과 줄기에 있는 생장 호르몬인 옥신등은 햇빛을 받으면 파괴되어 세포분열이 느려지고 반대쪽은 호르몬이 그대로 있어 세포 분열이 빨라져 자연히 해 쪽으로 굽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를 일러 해굽성이라고 한다.
아주 빠르게 자라나는 해바라기는 계속해서 태양을 바라보게끔 세포 분열이 일어나 그렇게 해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생물시계라는 것과도 연관이 있어 서산에 해지고 나면 해바라기는 바라보고 따르던 길라잡이 사랑을 잃고 말지만, 해바라기는 언제나 내일 아침이면 저 해가 동쪽에서 다시 떠오른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 지나던 길에서 구입한 해바라기 한 점이 내 방 한 면에 걸려있다. 화면 가득한 샛노란 해바라기 꽃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어 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 당시 내 감정과 상반된 색채가 날 이끌었던 듯싶다. 우울한 기분을 털어버리려 외출을 했었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따뜻하고 친근한 성격으로 밝고 명랑하다고 한다. 나도 닮아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우울한 날 해바라기 앞에 있노라면 마음이 조금씩 밝아오는 것 갖고, 기분 좋은 날은 그런대로 밝은 색채가 더 정겨워 보여 마음이 따뜻한 친구가 생각난다.
요즈음 여기저기서 해바라기 축제를 벌이는 곳이 많이 눈에 띤다. 샛노란 색의 물결 속의 어린 꿈나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고 희망이 넘쳐흐른다. 외손녀 서영이도 해바라기 꽃을 좋아 한다. 내 고향 광주 에 자주 와서 앞뜰에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많이 보아서인지는 몰라도 밝은 성격이 작은 해바라기를 닮았다. 옛날 집을 헐어내 울퉁불퉁하게 메말라 다른 야채는 못 자라도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억센 생명력을 가진 모양이다. 요즈음은 농촌에 손길이 부족해 여기저기 버려진 빈 터가 많다. 그곳에 해바라기를 심는다면 보는 사람은 꽃의 넉넉한 마음을 닮아 여유로워지고, 관광 자원으로도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화가의 붓끝에서 다시 생명을 받아 영원히 살아 갈 수도 있다.
천재화가 고호의 작품 중에 해바라기를 그린 정물화가 있다. 이 그림은 고호가 여러 가지 직업을 찾아 전전하다 결국 화가가 되고자 파리로 가 처음 임대한 집에 노란 해바라기가 가득했기 때문에 태어난 그림이라고 한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 정동 서울 미술관 반 고호 전을 찾은 것은 해바라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2층 3층을 다 돌아 봐도 찾는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 빠졌다고 한다. 해바라기 그림은 겉만 본다면 꽃을 그린 정물이지만 내면에는 외롭고 가난했던 고호의 꿈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해바라기를 보며 고호의 숨결을 느껴 보고 싶었는데…….
사랑의 요정 크리티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하였으나 홀로 애끓은 사랑을 하였다. 사랑하는 아폴론을 애타게 바라보고만 있다가 그대로 해바라기 꽃이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가 전해져 온다. 해바라기를 보노라면 아폴론을 사랑하였던 크리티의 순수한 열정을 보는 듯하다. 그리워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장의 고통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사람이나 신이나 사랑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을…….
말 한마디가 절망에서 희망을 낚게 할 수도 있었는데 아폴론은 크리티가 해바라기가 되는 걸 왜 바라만 보았을까? 힘들다고 말할 때에 상대방에게 용기를 북돋아줄 말 한마디를 해 준다면 삶의 힘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돈 드는 일도, 힘 드는 것도 아닌데,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말을 넉넉히 나누워 사랑의 파장이 풍성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올해도 해바라기의 순수한 사랑을, 넉넉한 품성을, 부러져도 살아가는 인내를 닮고 싶어 해바라기를 심으련다.
(200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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