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앞에서- 이민아

2008.01.28 13:28

이윤홍 조회 수:7884 추천:8

담장 앞에서



왕경의 발자국 소리 빗살무늬로 내리는 밤
분황사 담장아래 빛바랜 무청처럼
천녀의 가을을 견디며 쌓여 잇는 벽돌더미

언제쯤 적토赤土회토灰土들불처럼 한데 섞어
다시 저 탑 높이 솟아 분분芬芬히 날아갈까
무너진 벽돌의 높이 그리움의 두께들

보라, 상현 달밤
푸른 이끼 면면히 자라
개진 벽돌 틈과 틈을 퀼트하듯 이어가며
분황사 우물을 딛고 다시 솟는 직립의 꿈

땅위에 내려앉은 목어가 비늘을 털고
모전탑 모퉁이의 문 없는 새장 속에
갇혔던 가릉빈가도 감춰놓은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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