散調



I

내 못다 운 울음을 우느냐
가을 뜨락은
그대 제일로 아픈 심장의 한가운데
울며 살아온 이의 한 열배쯤
그런 서러움으로 사는가 보아.

마음마저 텅텅 빈 외로움일 때
차라리 그대 내 가슴에 와 닿아라
죽은이의 살결을 쓰다듬듯
병 앓은 내 가슴팍
그대 위안으로 잠이 들리니.

II

마지막 이 가을은
닳을대로 닳은날을 다 떼내버리고
노오란 속날들만 간추려서 깔아놓고
西天에 어른대는 가랑잎소리
벗삼아 아주 영 떠나든가.

마지막 이 가을을
우리 마음 으슥한데 다 물들이고
돌아누운 뒷마당
맑디 맑은 바람만 간추려내고
하늘 받고 섰는 저 山등어리
벗삼아 아주 영 떠나든가.

III

살아온 前生이
마음도 부질없이 서러울 때는
피리구멍이나 되어
바람이 지날 때마다 가슴 앓아라.

한결같은 우리 마음내
모두 모두어
필릴리 필릴리 피리소리로 울고나면

사랑이여
우리 빈 자리엔
가을날같은 그대만이
그득하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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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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