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따라 지난여름의 기억이 흩어진다.
미친 듯 불어온 비바람에 생명을 잃은 젊은 그들이 떠오른다.
파란 번갯불 빛에 그들의 보드라운 얼굴이 실루엣 되어 스친다.
바람결에 부딪치는 나뭇가지들에는 울음 소리가 담겼다.
떠나지 않는 기억이 눈물 방울 되어 나뭇잎에 다소곳이 내려앉는다.
채 흘리지 못한 지난여름의 눈물이다.
바람도 빗방울도 눈물을 머금은 채 여름의 꼬리를 물고 기억 속으로 고이 묻힌다.
아침 해 올라온다. 황칠나무 이파리 위에 흘린 눈물 방울이 마른다.
어지러운 세상살이의 세월은 서서히 부식된다. 가는 세월, 잊히는 기억이 아쉽다.
- 고규홍 · 나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