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내가 더 작아져야겠다

2004.03.09 13:57

정찬열 조회 수:142 추천:5

더 작아지고 싶다? 새해를 맞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크고 높은 계획을 세우고, 그 것을 성취하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는데, 더 작아지고 싶다니 무슨 얘긴가. 반문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지난 토요일 M.E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M.E란 Marriage Encounter의 약자로 부부사랑운동이라 부른다. 결혼 5년 이상 된 부부들이 주말 피정을 다녀온 다음 한 달에 한 번씩 회원가정을 돌아가며 만나는 모임이다. 마침 이 달은 신년 모임이라서 새해 계획을 얘기하는 순서가 있었다. 한 자매님이 일어나 "새해엔 내가 점점 작아지는 해가 되고자 합니다. 남편 앞에 작아지는 아내, 아이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 작은 엄마, 그리고 이웃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내 자신이 작아지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고 말하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 그 회원의 발언을 되새기며 '작음'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작은 것이 쌓여 큰 것을 이루고, 큰 것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것이 위대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작은 것을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 않는데서 큰 것이 시작된다. 내가 건넨 작은 미소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내가 던진 친절한 한 마디가 세상에 웃음꽃을 피우게 하듯, 내가 행한 작은 좋은 일이 모여 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고 사소한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행복이란 크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에 있다. 설거지를 마치고 햇빛 드는 창가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는 느슨함이라든가, 방긋이 웃은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미소, 그리고 들녘에 피는 이름 모를 한 송이 꽃을 반갑고 기쁘게 바라보는, 그 마음속에 이미 행복이 와 있는 것이다.
남편 앞에 작아지고 싶다는 얘기를 한 그 자매님은 스스로를 낮추면 높아진다는 진리를 어느새 터득한 사람이 아닐까. 그 말을 듣는 남편은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남편을 배려하는 아내의 마음만큼 행복하지 않았을까. 남편이 행복하면 아내는 덩달아 행복해지는 게 아닐까. 세상의 아내가, 그리고 남편이 각자의 배우자에게 서로 작아지도록 노력한다면 참으로 살 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웃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스스로 작아지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워 질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서, 나는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 아내에게 작은 남편이었는가. 남편이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허세를 부리거나 욱박지른 적은 없었던가. 권위를 내세워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위세를 부린 적은 없었는가. 이웃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겸손하게 노력한 기억은 얼마나 있는가.
결론을 내렸다. 그래, 나도 올해는 더 작아지는 사람이 되자. 작은 남편, 작은 아버지, 그리고 내 이웃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작아지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자. 작은 것에 눈길을 주고,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해나가자. 이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올 해 해야 할 일들의 가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기대로 가슴이 부푼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삶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고,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소망들이 생긴다. 그리고 새해 결심으로 그것을 구체화한다.
미국에서 매년 성인의 45%정도가 새해결심을 하는데, 그 중 40%는 두달이 채 못돼 두손을 들고 만다고 한다. 이 통계가 말해 주듯이 결심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의지다. "교회는 가깝지만 길이 너무 미끄럽고, 술집은 멀지만 조심해서 걸으면 된다."는 러시아의 속담처럼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결심을 실행하는 길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올핸 더 작아지고 싶다'는 새해 결심을 나는 기필코 실행해 보고 싶다. 여러분은 새해에 어떤 결심을 하셨는지. 한 번 실천해보지 않으시려는지. (2004년 1월 14일 광주매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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