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법안문제 어떻게 되어가나

2004.09.23 03:18

정찬열 조회 수:340 추천:17

                      

                                                    
  지금 미국의 한인사회가 시끄럽다. 미 연방상원의원에 상정되어 표결을 앞두고 있는 '2004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의견대립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개선과 인도적 지원확대, 탈북자 보호로 요약되는 이 법안은 지난 7월 21일 미 하원에서 통과되었다. 오는 10월경 열릴 상원전체회의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 법안으로 효력을 발생하게된다.
  이 법안을 위해 하원은 지난 3년간 많은 작업을 해왔다. 실무자들이 수 차례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방문하여 인권단체 및 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하여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 북한 및 탈북자들의 실상도 파악했다. 북한주민들의 대규모 탈출 등의 상황을 가정, 대응책까지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정된 활동을 위해 오는 2006년까지 총 5억 달러가 넘는 예산이 지원된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한인 교계 지도자들이 한인교회연합(KCC)를 결성, 연방의원들과 교계지도자 1500여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며 기본권임을 주장한다. 인권은 사상과 이념. 체제. 종교를 뛰어넘어 인간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권리로서 당연히 존중되고 보호되어야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공산체제 하에서 이루어진 인권탄압이 해결된 사례를 제시한다. 서독정부가 당시 동독의 인권에 관심을 쏟았던 예와, 천안문 사태 때 메이저 영국 총리가 인권외교를 펼쳐 중국정부가 유연한 자세로 돌아왔던 사례를 꼽는다.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북한인권법안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기자회견을 했다. 이 법안은 인권개선이 아닌 한반도 긴장악화와 전쟁위협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4년 간 계속되고 있는 한국전쟁을 마감하기 위해 북미간 평화조약을 우선 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에 언급된 북한 인권상황은 객관성이 결여된 것이며 탈북자 거취문제는 남한정부의 권한으로 내정간섭이라고 규정하며, 오히려 의회는 북미간 대회와 교류를 위한 평화법안을 제정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찬성도 반대도 나름대로의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동포들은 한국에서 상당한 힘을 가진 시민단체들, 심지어 일부 언론까지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왜 입을 닫고 있는가 궁금해하고 있다. 견디다 못해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수만도 20만이 넘고, 앞으로도 더 숫자가 늘어날텐데, 이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있는가 걱정도 하고있다.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당한 채 살아가는 북의 동포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되며, 그들을 구하고 북한의 개방을 앞당기기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는 동포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법안의 통과여부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법안 발의자 샘 브라운백 연방하원의원이"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이 직접전화를 걸어 이 법안 상정을 막아줄 것을 부탁해왔다" 고 한 모임에서 발표하여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안이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편지를 전달받은 리쳐드 루거 상원외교위원장 또한 "북한 사람들의 인권 진작을 목표로 한 법안 반대에 한국 국회의원들이 앞장섰다"며 충격과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상정에 외국 정치인이나 대사관이 직간접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은 결례다. 더구나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역효과를 내기 쉽상이다. 반대의 경우를 상정해보면 자명해진다.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국제관계의 기초도 모른다는 책망을 듣게도 됐다.
  법안을 둘러싼 한인사회의 설전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착찹하고 고약하다. 이곳 분위기로 보아 법안은 연내에 통과될 것 같다. 법안 통과 후에 닥쳐올 여러 가지 경우를 차분히 대비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다.  
                        <2004년 9월 15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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