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모른다

2006.02.03 18:10

정현창 조회 수:179 추천:41

꿈에도 모른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정현창(116호 작)





      유명한 과학자 아이작 뉴톤이 한 번은 자신이 3년 간 연구한 어떤 이론을 책으로 내려고 원고를 썼다. 하루는 밤새워 원고를 쓴 탓에 피곤하여 새벽 산책을 하러 책상 위에 원고를 둔 채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 사이에 개 한 마리가 서재로 들어가 책상 위에서 뛰어 놀다가 촛불을 넘어뜨리고 말았다. 그가 산책에서 돌아왔을 때 원고는 이미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의 개는 뉴톤의 곁에 와서 꼬리를 치며 반가와 했다. 그때 뉴톤은 조용히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이 순간 네가 얼마나 큰 과오를 범했는지 꿈에도 모르지?"라고 말했다.



   오늘아침 2002년 7월에 가입하여 3년 7개월을 함께 하여온 마라톤클럽을 탈퇴하였다. 클럽덕택에 풀코스(42.195km)에서 보스톤 마라톤대회 출전자격(3시간35분)도 취득하고, 울트라마라톤(100km)도 무사히 완주하였다. 이제는 시간만 있으면 운동화를 착용하고 혼자서도 뛰곤 하는 마라톤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건강도 아주 좋아졌고 주위에서 압박하는 모든 어려움도 잘 이겨냈었다. 그렇게 애착을 갖고 활동하던 마라톤클럽을 탈퇴한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버렸다. 마라톤이 하기 싫어서도 아니고 몸을 다쳐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그들과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모두들 취미생활이니 그저 적당히 뛰기만 하면 어떠냐고 하지만 난, 잘못되어 가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곪은 곳이 있으면 언제인가는 온몸이 상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만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절이 싫어지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하질 않던가. 나름대로 많은 생각도 하여 결정한 것이지만 먼 훗날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작은 회사를 경영하더라도 하루에 몇 번씩 결정을 내려야 한다.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도 마찬가지다. 어느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원래 너무 가난했던 지난날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학생 때도 교복을 입고 획일화된 교육을 주입식으로 받은 나는 골라 먹는 재미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더욱 편하다. 지금도 구두를 한 켤레만 사서 신는다. 두 켤레만 되어도 어느 것을 신을까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즐거움보다 잘못 선택했을 때의 두려움이 더욱 크다. 심지를 뽑을 때도 제일먼저 뽑지 못하고 제일 마지막에 남은 걸 선택한다. 그 결과가 잘못 나왔더라도 마치 나에게 주어지는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드리면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심는 대로 거둔다고 한다. 하지만 일생동안 열심히 심고 있지만 무엇을 심고 있는지 모를 때가 너무 많다. 그저 감정에 의하여, 남이 하는 대로, 유행을 따라서 살고 있을 때가 거의 전부다. 뉴톤의 개가 얼마나 큰 과오를 저질렀는지 꿈에도 모르듯 나도 그렇게 모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결정한 한 가지가, 내가 오늘 살아온 이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고통을 주었는지 꿈에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아는 만큼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하는 만큼 행동하며, 행동한 만큼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려면 좀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비누 싼 종이에서 비누냄새가 나고 향수를 싼 종이에선 향수냄새가 난다고 한다. 안다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쓰레기 같은 정보는 아무리 많아도 쓸모가 없지 않겠는가. 좋은 책들을 많이 읽어 마음의 양식을 쌓을 때만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입춘추위가 너무 사납다. 올 겨울 중에 제일 춥다고 한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워 진 것처럼 이제 봄이 머지 않은 모양이다. 마침 주말이라서 각종계획을 세웠다가 날씨가 너무 추워서 불평이 많다. 하지만 난, 온몸을 파고드는 입춘추위가 너무 고맙다. 틈만 있으면 운동화를 신고 뛰러 나갔지만 오늘만은 좋은 책이라도 골라서 읽어보아야겠다. 단 한 가지라도 과오를 줄이기 위해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책을 읽으며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주말을 만들어야겠다. (2006.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