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아름다운 소리
2006.02.08 07:37
3가지 아름다운 소리 행촌수필문학회 김영옥
우리들은 눈만 뜨면 여러 가지 소리를 듣게된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부터, 악기들이 내는 고운 소리,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 시끄러운 자동차소리까지, 온갖 소리에 귀가 바쁠 지경이다. 어떤 소리들은 듣다보면 별 감동을 느낄 수 없어 도리질을 하게된다. 그 중에는 항상 들어도 또 듣고싶은 3가지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그 중 첫 번째 소리, 이 소리가 어느 어촌에서 들리자 18년 만에 들어보는 귀하고 아름다운 소리라며 온 마을이 잔치까지 벌이며 축하했다는 보도를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기쁨을 준 이 소리는 아가의 힘찬‘울음소리’였다. 요즘, 농어촌에서는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가고 저 출산의 문제로 심각한 때에 진정 아주 반가운 아름다운 소리였으리라. 40여 년 전부터 산아제한을 해야 잘 살 수 있다고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를 외쳐대는 바람에 살아있는 뱃속의 자식을 죽이는 일은 식은 죽 먹듯 했다. 젊은이들은 피임하느라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쩌다 자식을 많이 두면 야만인 같아 수치스러울 정도로 여겨지기까지 했었다. 나 역시 31세에 4남매를 두고 국가시책에 따르느라 노력을 많이 했다. 겨우 몇 십 년 지나자 많이 낳아야 된다고 아우성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할지…….
무조건 산아제한만 하면 다 해결될 것 같이 외쳐댔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요즘 지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를 잡은 여성들은 독신을 고집하고 장가 못 가는 남성이 많다고 한다. 더구나 농어촌 노총각들은 더 심각하여 먼 나라에서 신부를 맞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있다. 앞으로 노인인구는 늘어만 가고 보살필 젊은층이 적어 여간 걱정이 아니란다. 옛 어른들 말씀에 "제 먹을 것은 타고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곰곰 생각해볼 문제다.
두 번 째 소리는 글 읽는 소리다.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의식주(衣食住)가 제일이라고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도 끊임없는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요즈음 교육방법에는 글 읽는 소리를 빼버렸는지 우리 손자들도 책은 많이 읽는데 입은 꼭 다문 체 눈만 좌우로 왔다갔다하고 전혀 소리내어 읽는 것을 보지 못했다. 가끔 만날 때면 낭독을 하라고 권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만화로 된 책들, TV, 컴퓨터 공부가 나오면서 눈은 바빠지고 입은 편해진 것 같아 아쉽다. 좋은 책들을 소리내어 읽는다면, 듣는 이들도 배우게 되고, 발성연습에도 좋으며, 다른 소음을 물리치고 글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어 여러 가지 이득이 있을 터인데…….
밤에 불을 밝혀놓고 좋은 글 읽는 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일까.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그 옛날로 잠깐 되돌아 가보자. 의관정제하고 단정히 앉아서 밤늦도록 낭랑하게 읽는 선비의 글 읽는 소리를, 들창 밖에서 숨을 죽여가며 듣고 있든 이웃집 규수가 가슴 설레며 장원급제한 신랑에게 시집가는 꿈에 긴 밤을 하얗게 새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글 읽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인지 알게 될 것이다.
라디오를 듣고있노라면 보지 않아도 그 내용을 알 수 있지만 TV에서 소리를 빼면 보아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참으로 소리가 전달해 주는 것에는 큰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소리내어 읽고 말하는 교육을 권장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리를 더 들어보자. 논밭을 갈고 거둬들이는 농기구의 요란한소리, 방직공장에서 실을 뽑고 베를 짜는 소리, 갖가지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 건축현장에서 들리는 망치소리, 사람과 화물을 싣고 신나게 달리는 열차소리, 큰 화물선이 떠나면서 내는 뱃고동소리, 시장어귀에서 튀밥 튀는 뻥 소리 등, 이 많은 소리들을 들어 보라! 나는 마음이 울적하면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밖을 쏘다닌다. 나가면 각종 산업현장에서 들리는 이런 소리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 마음은 기쁨이 넘치면서 활기가 생긴다. 만일 이런 소리들이 멈춘다고 가정해보자. 이 세상은 하얀 백지나 다름없으리라. 생각하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소리들인가.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항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어느 집이고 그 집에 들어서면 아기울음소리, 글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 이 세 가지가 들려야 그 집안이 번창하고 사회가 안정되며 나아가서 국가가 흥한다.”하셨다. 참으로 의미 깊은 말씀이셨다. 이 아름다운 세 가지 소리가 조화롭게 들리는 날, 우리네 삶은 신명나는 삶이 되지 않을까?.
(2006. 2월)
우리들은 눈만 뜨면 여러 가지 소리를 듣게된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부터, 악기들이 내는 고운 소리,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 시끄러운 자동차소리까지, 온갖 소리에 귀가 바쁠 지경이다. 어떤 소리들은 듣다보면 별 감동을 느낄 수 없어 도리질을 하게된다. 그 중에는 항상 들어도 또 듣고싶은 3가지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그 중 첫 번째 소리, 이 소리가 어느 어촌에서 들리자 18년 만에 들어보는 귀하고 아름다운 소리라며 온 마을이 잔치까지 벌이며 축하했다는 보도를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기쁨을 준 이 소리는 아가의 힘찬‘울음소리’였다. 요즘, 농어촌에서는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가고 저 출산의 문제로 심각한 때에 진정 아주 반가운 아름다운 소리였으리라. 40여 년 전부터 산아제한을 해야 잘 살 수 있다고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를 외쳐대는 바람에 살아있는 뱃속의 자식을 죽이는 일은 식은 죽 먹듯 했다. 젊은이들은 피임하느라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쩌다 자식을 많이 두면 야만인 같아 수치스러울 정도로 여겨지기까지 했었다. 나 역시 31세에 4남매를 두고 국가시책에 따르느라 노력을 많이 했다. 겨우 몇 십 년 지나자 많이 낳아야 된다고 아우성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할지…….
무조건 산아제한만 하면 다 해결될 것 같이 외쳐댔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요즘 지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를 잡은 여성들은 독신을 고집하고 장가 못 가는 남성이 많다고 한다. 더구나 농어촌 노총각들은 더 심각하여 먼 나라에서 신부를 맞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있다. 앞으로 노인인구는 늘어만 가고 보살필 젊은층이 적어 여간 걱정이 아니란다. 옛 어른들 말씀에 "제 먹을 것은 타고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곰곰 생각해볼 문제다.
두 번 째 소리는 글 읽는 소리다.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의식주(衣食住)가 제일이라고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도 끊임없는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요즈음 교육방법에는 글 읽는 소리를 빼버렸는지 우리 손자들도 책은 많이 읽는데 입은 꼭 다문 체 눈만 좌우로 왔다갔다하고 전혀 소리내어 읽는 것을 보지 못했다. 가끔 만날 때면 낭독을 하라고 권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만화로 된 책들, TV, 컴퓨터 공부가 나오면서 눈은 바빠지고 입은 편해진 것 같아 아쉽다. 좋은 책들을 소리내어 읽는다면, 듣는 이들도 배우게 되고, 발성연습에도 좋으며, 다른 소음을 물리치고 글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어 여러 가지 이득이 있을 터인데…….
밤에 불을 밝혀놓고 좋은 글 읽는 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일까.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그 옛날로 잠깐 되돌아 가보자. 의관정제하고 단정히 앉아서 밤늦도록 낭랑하게 읽는 선비의 글 읽는 소리를, 들창 밖에서 숨을 죽여가며 듣고 있든 이웃집 규수가 가슴 설레며 장원급제한 신랑에게 시집가는 꿈에 긴 밤을 하얗게 새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글 읽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인지 알게 될 것이다.
라디오를 듣고있노라면 보지 않아도 그 내용을 알 수 있지만 TV에서 소리를 빼면 보아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참으로 소리가 전달해 주는 것에는 큰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소리내어 읽고 말하는 교육을 권장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리를 더 들어보자. 논밭을 갈고 거둬들이는 농기구의 요란한소리, 방직공장에서 실을 뽑고 베를 짜는 소리, 갖가지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 건축현장에서 들리는 망치소리, 사람과 화물을 싣고 신나게 달리는 열차소리, 큰 화물선이 떠나면서 내는 뱃고동소리, 시장어귀에서 튀밥 튀는 뻥 소리 등, 이 많은 소리들을 들어 보라! 나는 마음이 울적하면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밖을 쏘다닌다. 나가면 각종 산업현장에서 들리는 이런 소리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 마음은 기쁨이 넘치면서 활기가 생긴다. 만일 이런 소리들이 멈춘다고 가정해보자. 이 세상은 하얀 백지나 다름없으리라. 생각하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소리들인가.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항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어느 집이고 그 집에 들어서면 아기울음소리, 글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 이 세 가지가 들려야 그 집안이 번창하고 사회가 안정되며 나아가서 국가가 흥한다.”하셨다. 참으로 의미 깊은 말씀이셨다. 이 아름다운 세 가지 소리가 조화롭게 들리는 날, 우리네 삶은 신명나는 삶이 되지 않을까?.
(2006.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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