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왼손이

2019.04.01 19:45

김창임 조회 수:4

어쩌다 오른손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라파엘라씨, 지금 어디에 있어요?

 열심히 집안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인데, 남편이 전화왔다면서 나에게 손전화를 갖다 주었다. 나와 모임을 같이 하고 또 함께 근무했던 O교사로부터 온 전화였다. 모임에서 내가 팔목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위로차 전화를 했다고 한다.

  “왼쪽 손목을 다쳤는데, 오른손에는 문제가 없으니 너무 다행이고 감사해요.

 그랬더니 한동안 아무 대꾸가 없었다. 아마 내 이야기가 황당한 이야기라서 상대방은 말문이 막혔나보다. 내가 많이 힘들다고 할 줄 알았는데 감사하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나 보다.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신앙인이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으며, 또 골절된 부위는 입원하여 얼마 뒤엔 완치가 될 테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나는 매일 쉬지 않고 걷기운동을 하려고 서두르다가 약간 어지러워 넘어졌다. 운동을 하루쯤 빠트려도 되는데 무슨 일이나 꾸준히 하는 성격이라서 그날도 아파트 주위를 걷다가 우리 집 앞에서 쓰러져 잠시 정신을 잃었다. 조심히 걸어서 우리 아파트 입구까지 온 것은 기억하는데, 그 뒤 어찌되었는지 통 기억이 없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 나는 한동안 정신을 잃고 아파트 입구에 누워서 비를 맞고 있었다. 이웃 아저씨가 나를 발견하고 친절하게 119에 신고해주었다. 119소방대원이 곧바로 와서

  “아줌마, 어디 사세요?

나더러 물었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소리로 겨우

 “102706호요.

라고 말하니 그 대원이 얼른 우리 집으로 올라가 남편에게 알렸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재빨리 내려와 119 구급차에 나를 싣고 정읍아산병원 응급실로 가서 입원하게 되었다.

  외과 의사는 수술을 해서 금속으로 된 인공뼈를 박아야 한다면서 수술을 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뒤 평소 보았던 그런 환자처럼 나도 안전대를 목에 걸고 생활을 했다. 안전대를 걸고 생활하려니 많이 불편했지만 걸을 수가 있어서 그런대로 입원생활을 할 수 있었다.

 제일 감사한 것은 오른손을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른손이 문제가 없으니 컴퓨터도 할 수 있고, 몸을 씻을 때나 식사를 하거나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어 너무 감사했다. 그렇다고 말하면 왼손이 너무 서운해 할 것 같아 사실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왼손아, 너도 나를 도와주고 있어서 나에게는 꼭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란다. 화장실에서, 냉장고를 사용할 때, 컴퓨터를 할 때, 물건을 들어 올릴 때, 나를 많이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행여나 서운해 하지 말거라.’라고 중얼 거렸다. 그 뒤 4주간 정도 입원하여 치료를 하니 거의 치료가 되어 집에 올 수 있었다.

 신체의 각 기관 중에서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더욱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른손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오른손이 다쳤다면 어떻게 몸을 씻으며, 화장실 사용은 어떻게 하고, 옷은 어떻게 입으며, 식사하는 일까지도 힘들고 불편했을 것이다. 오른손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수필은 쉬지 말고 열심히 쓰라.’는 하느님의 크나큰 배려가 있으셨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불편하지만 두 손을 이용하여 자판을 두드려야 하는데 한 손으로라도 글자 한 자 한 자를 써내려가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고난을 맛본 사람은 인생을 진지하게 산다. 잘 사는 일은 제 스스로 마음을 풀어 흐르는 강물처럼 막힘없이 살아가는 인생이다. 예전에는 푸른 하늘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넓은 운동장을 밟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병석에서 그런 일들이 엄청난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암과 같은 중병에 걸려본 사람만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 위기를 당해본 사람만이 신의 고마움을 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른손아 어쩌다 다치지 않았니? 네가 안전하니 너무너무 고맙구나!

 라고 그때를 생각하며 나는 지금도 가끔 오른손에게 감사인사를 하곤 한다.

                                                                (2019.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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