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마주보고

2009.08.12 03:41

장정자 조회 수:45

내가  나를  마주보고  
울었다
거울  속에서...
엉긴  실핏줄  속으로  
굽이쳐  마주  오는  건
두살  이전의  내가
거기  있었다

나는  
너무나  가엾은  그  아이를
지난날의  나를,  
까마득한  지금  
그냥  힘껏  껴안아  주고있다
어떻게  그  수많은  아픔을  잘도  견뎠는지
부서질만큼  안아주고  싶다

자기와는  전혀  생소하게
느닷없이  찾아  온  상흔을
얼굴에  화인  맞은  패어짐  이라든가
아버지의  부재로  겪을  가난의  흔적들까지
더럽고  지친  두살배기  아이는  
혼자서  감당치  못할  아픔으로
날마다  울고  있었지

쉼없이  꽂혀지는  시선들은  
또  어떻게  막아냈을까
아이는
영문도  모른채  배고파  손  내밀어도
거절  당하고
사랑이  그리워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려   보지만
하나같이  외면했을  그런

더럽고  지친것을  아이는
흙을  씹어  삼키며
달랬을까
날마다  돌봐주는  이  없어
길에서  저  혼자  뒹굴다  잠이  든  아이
외로움이  몸을  휘돌아  
살갗을  이루고
거절을  일찍부터  배운  아이

그  아이를  지금  나는
힘껒  안아  주고  있다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지쳤을까

흙  속에서  뒹굴던  세포가
지금  내  거울속에서  엉엉  
울고  있다
60여년  지난  지금
울고  있다
그래
하늘은  듣고  있다

어느날  우연히
두살된  손녀를  보고
그  이쁜  손녀를  보고
사랑받을  나이를  훌쩍  뛰어넘어
나의  나를  돌아보고
울고  
그리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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