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리에서
2009.11.22 14:54
텅빈 바람소리만 스쳐가는 무덤가에
목울대를 치솟고 향기 머금은 꽃 한 송이
그리움에 취해 남겨 놓은 싯귀와
나란히 누워 있는 공간
외로움에 떨어지는 눈물이 얼룩져있다
소나무 숲, 빈터를 가르는 고독과
산새소리만 간간히 들려오는 이곳
사람의 발자국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한 번 허리 굽혀 절을 하니
시가 쓰러졌다 일어나고
두 번 머리 굽혀 술을 따르니
숲속의 빈터를 가로 질러온 땀방울의 흔적이
시비 위에 발자국으로 찍혀 있다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고서
돌아서는데
고독이 머리 속으로 들어온다
눈물 한 방울로 떨어지자
꽃 한 송이 피어나고
묵향 먼 훗날까지 서리어 있는
길에다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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