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산타클로스 (제 2 동화집)
2012.06.20 09:07
쌍둥이 산타클로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리조트입니다.
숲속에 아름다운 집들이 있고, 한쪽에 RV(*집으로 꾸민 큰 자동차) 주차장이 있습니다.
초겨울 이른 아침, 리조트 주인 니콜할아버지가 작은 RV로 갔어요.
“쾅 쾅 쾅”
니콜할아버지는 털이 북슬북슬한 커다란 주먹으로 작은 RV 문을 두드렸어요.
“문 열어!”
잠시 후, 다섯 살 귀여운 엠마가 앞치마를 질질 끌며 문을 열었어요.
“니콜 할아버지 오셨어요?”
니콜할아버지는 엠마의 인사는 대답도 안 하고 RV 안을 들여다봤어요.
작은 RV 안은 배불뚝이 니콜할아버지는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비좁았어요. 작은 침대에는 엠마 엄마가 누워있고, 조그만 식탁 위에는 까맣게 탄 식빵과 조금 남은 버터가 있었어요.
소꿉장난감 같은 작은 스토브에서 뭔가 타는지 연기가 나고 냄새가 났어요,
“엠마, 뭐가 타고 있잖아?”
“아참, 베이컨을 굽고 있었는데….”
엠마가 뛰어가더니 스토브 불을 끄고 손으로 연기를 쫓았어요.
“엄마가 요리를 안 하고 왜 네가 하니?”
“엄마가 아파요.”
“팔 다친 지 세 달이나 됐는데 아직도 아파? 떠나기 싫어서 엄살하는 거지?”
“아냐요. 진짜 많이 아파요. 오늘은 감기도 걸렸어요.”
“그래서 리조트를 안 떠난다는 거냐?”
“크리스마스에 우리아빠 올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아빠 기다려야 돼요.”
“오긴 누가 와? 너희 아빠는 도망갔어. 일 년 동안 연락도 한번 없잖아.”
“우리아빠 도망 안 갔어요. 크리스마스니까 선물 많이 사가지고 올 거예요.”
엠마 눈에서 커다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자, 해쓱해진 엠마 엄마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일어나 앉았어요.
“죄송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때까지 엠마 아빠가 안 오면 제가 다시 일을 해서 밀린 주차비를 내겠어요.”
“크리스마스 같은 소리하고 있네. 벌써 주차비가 세 달이나 밀렸는데 어떻게 더 기다려?”
“제가 팔이 좀 나으면 리조트 청소를 다시 할게요.”
“다 듣기 싫어. 다음주말까지 안 가면 견인차를 불러서 RV를 끌고 가라고 할 거야.”
“할아버지, 엄마 야단치지 마세요.”
엠마가 울며 니콜할아버지에게 매달렸어요.
엠마가 울자 잠시 당황하던 할아버지가 엠마를 밀어내며 말했어요.
“크리스마스라고? 그럼 크리스마스 까지다. 그 이상은 단 하루도 더 안 돼.”
니콜 할아버지가 집에 오자 쌍둥이 동생 캐빈 할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형, 나 팔로마 병원에 있어. 고통사고야.”
“뭐? 교통사고? 많이 다쳤어?”
“좀 다쳤어.”
니콜 할아버지는 허겁지겁 병원으로 갔어요.
캐빈 할아버지는 목 보호대를 하고 오른 팔을 붕대로 감고 있었어요.
“또 졸았어?”
“나 안 졸았어. 뒤차 운전사가 졸다 내 차를 받았어.”
“팔은 얼마나 다쳤어?”
“다행히 뼈는 안 다쳤는데 팔목 인대를 다쳤대.”
“다른 데는 괜찮아?”
“여기 저기 아프지만 괜찮아. 그런데 나 부탁이 있어서 형을 오라고 했어.”
“뭔 대?”
“내 대신 며칠만 산타클로스가 되어줘.”
“백화점에 가서 사진 찍는 거?”
“응. 나 퇴원할 때 까지만 해 줘.”
“난 안해. 다른 사람 시키면 되잖아.”
"니콜 형, 부탁이야. 정말 형이 꼭 해줘야 해. 왜냐하면 이미 내 사진으로 광고도 나갔고 또 모든 인쇄물과 포스터도 내 사진으로 했거든. 그러니까 나랑 똑 같이 생긴 형이 해줘야 해.”
“너 벌써 돈 받아서 다 써서 그러는 거지?”
“아니야. 계약금 받은 돈도 그냥 있고 그동안 받은 돈도 있어. 형이 해주면 내가 돈 다 형 줄게. 난 돈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럼 왜 해마다 그 고생을 하는데?”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어서.”
“야, 산타클로스 옷 입는 다고 산타클로스가 되냐?”
“난 산타클로스가 돼서 아이들이랑 사진 찍는 게 좋아.”
“넌 아이들을 열 명이나 낳고 손자손녀가 오십 명이나 되는데도 아이들이 좋으냐?”
“난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그러니까 형이 며칠만 내 대신 산타클로스가 되어줘. 사실 우리처럼 산타클로스를 닮은 사람도 없어. 볼록한 배와 멋진 수염은 진짜 산타클로스 같잖아.”
“하여튼 넌 어려서부터 나를 귀찮게 하는데 선수야. 산타 옷은 어디 있는데?”
“내 방 옷장에 있어. 그리고 내 금테 안경을 꼭 써야 해.”
“가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멋진 썰매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이랑 행복하게 사진 찍으면 돼.”
니콜 할아버지는 캐빈 할아버지가 저녁 먹는 걸 보고 병원을 나왔어요.
“내가 산타클로스를 닮았다고? 웃기네.”
니콜 할아버지는 혼자 투덜거리며 캐빈 할아버지 집에 가서 산타클로스 옷을 입어봤어요. 모자도 쓰고, 하얀 장갑도 끼고, 털 장화도 신고, 금테 안경도 썼어요. 거울 앞에 서서 길고도 탐스러운 하얀 수염을 쓸어내렸어요. 평소에는 보기 싫던 볼록 나온 배도 산타클로스 옷이랑 잘 어울렸어요.
“아무리 쌍둥이지만 정말 캐빈하고 똑 같네. 그까짓 것 딱 며칠만 캐빈 노릇을 해줄까?”
“호 호 호!”
니콜 할아버지가 캐빈 할아버지가 웃던 것처럼 볼록한 배와 하얀 수염을 흔들며 웃어봤어요.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어요.
“호 호 호!”
한 번 더 웃자 아까보다 기분이 더 좋아졌어요.
“참 이상하네. 이래서 캐빈이 해마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호호 거렸나?”
다음날 10시, 니콜 할아버지가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백화점으로 갔어요. 백화점은 화려한 선물과 북적이는 사람들로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였어요.
일층 엘리베이터 앞에 가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선물을 실은 멋진 썰매가 있었어요.
Santa & Me(산타와 나)라고 쓴 사진관 간판도 멋지게 걸려 있었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캐빈!”
빨간 산타 모자를 쓴 청년 둘과 아가씨 한명이 인사를 했어요.
“아름다운 아침이야.”
니콜할아버지도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니콜 할아버지를 캐빈 할아버지인줄 알았어요.
‘흠,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니 재미있군!’
니콜 할아버지는 산타클로스 썰매 의자에 앉았어요.
곧 대학생 두 명이 바이올린으로 캐럴을 연주하자, 아이들을 안은 부모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어요.
첫 손님은 한 살배기 남자아이와 세 살배기 누나였어요. 아기는 니콜 할아버지 무릎에 앉고 누나는 그 옆에 앉았어요. 사진사가 방울달린 인형을 흔들자 아기들이 쳐다보며 빵끗 웃었어요.
“찰깍!”
곧 커다란 사진기 뒤에서 사진이 나왔어요.
“우~와! 멋지다.”
아이들 엄마아빠가 사진을 보며 좋아하자, 니콜 할아버지도 힐끗 사진을 보았어요.
인자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안은 산타클로스 사진은 정말 멋있어요.
‘신기하네. 내가 정말 산타클로스 같잖아?’
니콜 할아버지는 사진을 다시 한 번 보며 멋쩍게 웃었어요.
다음은 6개월 된 아기와 두 살짜리 형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기를 니콜 할아버지에게 안겨주자마자 아기가 울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달래도 아기가 계속 울자 니콜 할아버지는 몹시 당황했어요.
‘난 애들이 귀찮아서 결혼도 안했는데 이게 뭐야?’
니콜 할아버지는 캐빈이 원망스럽고 화가 났어요. 아기를 의자에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벌떡 일어나려던 니콜 할아버지가 영화에서 본 것처럼 아기를 얼렀어요. 발버둥 치며 울던 아기가 까르르 웃었어요.
몇 분이면 찍을 사진을 10분이나 걸렸어요.
다음, 또 그 다음…….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수록 니콜 할아버지는 무릎이 아프고 피곤했어요. 두꺼운 산타클로스 옷과 모자, 그리고 장갑에 털 장화까지 신었으니 땀도 났어요. 그것 보다 더 힘든 건 아이들을 안고 웃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인자한 산타클로스의 모습으로 웃어야 하니까요.
니콜할아버지는 집에 오자마자 산타클로스 옷을 벗어 던지며 소리쳤어요.
“내가 미쳤지. 캐빈이 시킨다고 내가 왜 이 고생을 해? 그만둘 거야.”
다리는 쑤시고 팔은 쳐들 수도 없이 욱신거리고,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흥, 내가 무슨 산타클로스냐? 내일은 고만둔다고 해야지.”
니콜 할아버지는 투덜거리더니 저녁도 못 먹고 잠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니콜 할아버지는 침대에서 뒹굴뒹굴했어요. 어제 자기 무릎에 앉아 산타클로스랑 사진 찍는다고 좋아하던 아이들이 생각났어요.
“운 아기는 둘 뿐이고 다른 아이들은 나를 산타클로스라고 좋아했는데….”
혼자 중얼거리던 니콜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샤워를 했어요.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수염을 흔들며 “호 호 호” 웃어봤어요.
기분이 좋아지고 피곤도 풀리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니까 하루만 더 하지.’
니콜 할아버지는 “호 호 호” 한 번 더 웃고는 백화점으로 갔어요.
.
며칠 후, 니콜 할아버지가 병원에 가자 캐빈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내일 퇴원을 해도 크리스마스까지는 팔을 움직이면 안 된대.”
“뭐라고? 그럼 난 어떻게 하고? 난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해.”
“올 해는 형이 산타클로스 되는 게 하나님의 뜻인 것 같아.”
“네가 며칠만 하라고 했잖아. 내일부터는 아파도 네가 해.”
“형은 산타클로스야. 아이들이 내일도 기다릴 거야.”
“야, 산타클로스는 아무나 되냐?”
니콜할아버지는 화를 내고 갔지만, 다음날도 <Santa & Me> 사진관에서 아주 행복하게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한테서 나는 우유냄새와 과자냄새가 이상했어요. 그러나 어느 새인가 그 우유와 과자냄새가 아주 좋아졌어요. 또 아기들이 울면 도망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우는 아기를 잘 어르고 웃길 줄도 압니다.
12월 24일, 마지막 날입니다.
11시가 되자 백화점은 서둘러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선물을 사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어요.
<Santa & Me>사진관도 11시 30분에 끝난다는 사인 판을 내 걸었어요.
니콜 할아버지는 제시간 안에 사진을 다 찍으려고 서둘렀어요. 그때 다섯 살 쯤 된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왔어요.
긴 금발머리의 귀여운 여자아이는 가을 옷을 입고 있었어요.
“엄마, 나 산타클로스랑 사진 찍고 싶어.”
“내년에 찍어줄 게.”
“엄마, 딱 한 장만 찍으면 안 돼?”
“내년에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두 장 찍어 줄게.”
“엄마, 난 저 산타클로스가 좋아. 저 산타클로스랑 사진 찍고 싶어.”
여자아이가 자꾸 조르자 니콜 할아버지가 그 아이를 봤어요.
“엠…….”
니콜 할아버지는 이름을 부르려다 장갑 낀 손으로 얼른 입을 막았어요.
그 아이는 바로 니콜 할아버지 리조트 RV에 사는 엠마였어요.
다행히 엠마와 엄마는 니콜 할아버지를 못 알아봤어요. 안 쓰던 금테 안경을 쓴데다가 산타클로스 모자가 니콜 할아버지 대머리를 가렸기 때문입니다.
줄 선 아이들 사진을 다 찍자 모두들 짐을 싸려고 했어요.
“잠간만. 여기 한명 더 있어.”
니콜 할아버지가 사진사를 기다리게 하고 엠마에게 다가가며 말했어요.
“얘야, 나랑 사진 한 장 찍을래?”
그러자 엄마가 엠마 손을 잡아끌며 말했어요.
“아녜요. 우린 그냥 구경 왔어요.”
“마지막 손님은 돈을 안 받는데 한 장 찍으면 안 되겠습니까?”
엠마가 활짝 웃으며 산타클로스 앞으로 나섰어요.
“정말 나도 산타할아버지랑 사진 찍어도 돼요?”
“물론이지. 자, 이리 와서 나랑 같이 사진 찍자.”
니콜 할아버지가 사진사에게 귓속말을 하자 사진사가 흔쾌히 웃으며 말했어요.
“알았어요. 마지막이니까 진짜 제일 멋진 사진을 찍어드릴게요.”
니콜 할아버지는 엠마를 안고 엠마 엄마도 옆에 앉혔어요.
찰깍!
사진을 찍자 사진기 뒤에서 사진이 나왔어요.
“와아~ 진짜 멋있어요!”
엠마는 너무 좋아서 니콜 할아버지 목을 안고 이마와 볼에 뽀뽀를 했어요.
니콜 할아버지도 사랑스러운 엠마 이마에 뽀뽀를 했어요.
“사진을 크게 만들어 집으로 보내 줄게.”
니콜 할아버지가 사진을 주며 말하자, 엠마가 머리를 흔들었어요.
“우린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이사 갈지 몰라요.”
“걱정하지 마라. 이 사진은 꼭 네가 받을 거다.”
“고맙습니다. 산타클로스!”
니콜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들며 백화점을 나가는 엠마와 엄마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들 두 손이 모자라도록 선물을 들고 가는데요.
니콜 할아버지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어요. 12시에 백화점 문을 닫으니까 30분밖에 시간이 없어요.
니콜 할아버지는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의 털옷과 구두를 사고 예쁜 인형도 샀어요. 크리스마스카드를 사고 그동안 일해서 받은 돈을 몽땅 넣었어요.
그 날 밤,
선물자루를 멘 산타클로스가 리조트에 나타났어요.
리조트 RV 주차장은 조명등만 드문드문 있을 뿐 조용했어요. 크리스마스가 되자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제일 작은 RV 하나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산타클로스가 살금살금 작은 RV로 가보니 종이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가 문에 붙어 있었어요. 종이크리스마스트리 맨 꼭대기 빨간 큰 별에 「Emma's Home」(엠마의 집)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창문으로 엷은 불빛이 보이고, 엠마가 엄마랑 부르는 캐럴이 밖으로 새어나왔어요.
산타클로스는 엠마의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선물 자루를 살그머니 놓았어요.
“호 호 호!"
엠마네 RV를 떠나 저만치 걸어가던 산타클로스가 아주 기분 좋게 웃었어요.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리조트입니다.
숲속에 아름다운 집들이 있고, 한쪽에 RV(*집으로 꾸민 큰 자동차) 주차장이 있습니다.
초겨울 이른 아침, 리조트 주인 니콜할아버지가 작은 RV로 갔어요.
“쾅 쾅 쾅”
니콜할아버지는 털이 북슬북슬한 커다란 주먹으로 작은 RV 문을 두드렸어요.
“문 열어!”
잠시 후, 다섯 살 귀여운 엠마가 앞치마를 질질 끌며 문을 열었어요.
“니콜 할아버지 오셨어요?”
니콜할아버지는 엠마의 인사는 대답도 안 하고 RV 안을 들여다봤어요.
작은 RV 안은 배불뚝이 니콜할아버지는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비좁았어요. 작은 침대에는 엠마 엄마가 누워있고, 조그만 식탁 위에는 까맣게 탄 식빵과 조금 남은 버터가 있었어요.
소꿉장난감 같은 작은 스토브에서 뭔가 타는지 연기가 나고 냄새가 났어요,
“엠마, 뭐가 타고 있잖아?”
“아참, 베이컨을 굽고 있었는데….”
엠마가 뛰어가더니 스토브 불을 끄고 손으로 연기를 쫓았어요.
“엄마가 요리를 안 하고 왜 네가 하니?”
“엄마가 아파요.”
“팔 다친 지 세 달이나 됐는데 아직도 아파? 떠나기 싫어서 엄살하는 거지?”
“아냐요. 진짜 많이 아파요. 오늘은 감기도 걸렸어요.”
“그래서 리조트를 안 떠난다는 거냐?”
“크리스마스에 우리아빠 올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아빠 기다려야 돼요.”
“오긴 누가 와? 너희 아빠는 도망갔어. 일 년 동안 연락도 한번 없잖아.”
“우리아빠 도망 안 갔어요. 크리스마스니까 선물 많이 사가지고 올 거예요.”
엠마 눈에서 커다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자, 해쓱해진 엠마 엄마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일어나 앉았어요.
“죄송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때까지 엠마 아빠가 안 오면 제가 다시 일을 해서 밀린 주차비를 내겠어요.”
“크리스마스 같은 소리하고 있네. 벌써 주차비가 세 달이나 밀렸는데 어떻게 더 기다려?”
“제가 팔이 좀 나으면 리조트 청소를 다시 할게요.”
“다 듣기 싫어. 다음주말까지 안 가면 견인차를 불러서 RV를 끌고 가라고 할 거야.”
“할아버지, 엄마 야단치지 마세요.”
엠마가 울며 니콜할아버지에게 매달렸어요.
엠마가 울자 잠시 당황하던 할아버지가 엠마를 밀어내며 말했어요.
“크리스마스라고? 그럼 크리스마스 까지다. 그 이상은 단 하루도 더 안 돼.”
니콜 할아버지가 집에 오자 쌍둥이 동생 캐빈 할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형, 나 팔로마 병원에 있어. 고통사고야.”
“뭐? 교통사고? 많이 다쳤어?”
“좀 다쳤어.”
니콜 할아버지는 허겁지겁 병원으로 갔어요.
캐빈 할아버지는 목 보호대를 하고 오른 팔을 붕대로 감고 있었어요.
“또 졸았어?”
“나 안 졸았어. 뒤차 운전사가 졸다 내 차를 받았어.”
“팔은 얼마나 다쳤어?”
“다행히 뼈는 안 다쳤는데 팔목 인대를 다쳤대.”
“다른 데는 괜찮아?”
“여기 저기 아프지만 괜찮아. 그런데 나 부탁이 있어서 형을 오라고 했어.”
“뭔 대?”
“내 대신 며칠만 산타클로스가 되어줘.”
“백화점에 가서 사진 찍는 거?”
“응. 나 퇴원할 때 까지만 해 줘.”
“난 안해. 다른 사람 시키면 되잖아.”
"니콜 형, 부탁이야. 정말 형이 꼭 해줘야 해. 왜냐하면 이미 내 사진으로 광고도 나갔고 또 모든 인쇄물과 포스터도 내 사진으로 했거든. 그러니까 나랑 똑 같이 생긴 형이 해줘야 해.”
“너 벌써 돈 받아서 다 써서 그러는 거지?”
“아니야. 계약금 받은 돈도 그냥 있고 그동안 받은 돈도 있어. 형이 해주면 내가 돈 다 형 줄게. 난 돈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럼 왜 해마다 그 고생을 하는데?”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어서.”
“야, 산타클로스 옷 입는 다고 산타클로스가 되냐?”
“난 산타클로스가 돼서 아이들이랑 사진 찍는 게 좋아.”
“넌 아이들을 열 명이나 낳고 손자손녀가 오십 명이나 되는데도 아이들이 좋으냐?”
“난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그러니까 형이 며칠만 내 대신 산타클로스가 되어줘. 사실 우리처럼 산타클로스를 닮은 사람도 없어. 볼록한 배와 멋진 수염은 진짜 산타클로스 같잖아.”
“하여튼 넌 어려서부터 나를 귀찮게 하는데 선수야. 산타 옷은 어디 있는데?”
“내 방 옷장에 있어. 그리고 내 금테 안경을 꼭 써야 해.”
“가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멋진 썰매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이랑 행복하게 사진 찍으면 돼.”
니콜 할아버지는 캐빈 할아버지가 저녁 먹는 걸 보고 병원을 나왔어요.
“내가 산타클로스를 닮았다고? 웃기네.”
니콜 할아버지는 혼자 투덜거리며 캐빈 할아버지 집에 가서 산타클로스 옷을 입어봤어요. 모자도 쓰고, 하얀 장갑도 끼고, 털 장화도 신고, 금테 안경도 썼어요. 거울 앞에 서서 길고도 탐스러운 하얀 수염을 쓸어내렸어요. 평소에는 보기 싫던 볼록 나온 배도 산타클로스 옷이랑 잘 어울렸어요.
“아무리 쌍둥이지만 정말 캐빈하고 똑 같네. 그까짓 것 딱 며칠만 캐빈 노릇을 해줄까?”
“호 호 호!”
니콜 할아버지가 캐빈 할아버지가 웃던 것처럼 볼록한 배와 하얀 수염을 흔들며 웃어봤어요.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어요.
“호 호 호!”
한 번 더 웃자 아까보다 기분이 더 좋아졌어요.
“참 이상하네. 이래서 캐빈이 해마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호호 거렸나?”
다음날 10시, 니콜 할아버지가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백화점으로 갔어요. 백화점은 화려한 선물과 북적이는 사람들로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였어요.
일층 엘리베이터 앞에 가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선물을 실은 멋진 썰매가 있었어요.
Santa & Me(산타와 나)라고 쓴 사진관 간판도 멋지게 걸려 있었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캐빈!”
빨간 산타 모자를 쓴 청년 둘과 아가씨 한명이 인사를 했어요.
“아름다운 아침이야.”
니콜할아버지도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니콜 할아버지를 캐빈 할아버지인줄 알았어요.
‘흠,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니 재미있군!’
니콜 할아버지는 산타클로스 썰매 의자에 앉았어요.
곧 대학생 두 명이 바이올린으로 캐럴을 연주하자, 아이들을 안은 부모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어요.
첫 손님은 한 살배기 남자아이와 세 살배기 누나였어요. 아기는 니콜 할아버지 무릎에 앉고 누나는 그 옆에 앉았어요. 사진사가 방울달린 인형을 흔들자 아기들이 쳐다보며 빵끗 웃었어요.
“찰깍!”
곧 커다란 사진기 뒤에서 사진이 나왔어요.
“우~와! 멋지다.”
아이들 엄마아빠가 사진을 보며 좋아하자, 니콜 할아버지도 힐끗 사진을 보았어요.
인자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안은 산타클로스 사진은 정말 멋있어요.
‘신기하네. 내가 정말 산타클로스 같잖아?’
니콜 할아버지는 사진을 다시 한 번 보며 멋쩍게 웃었어요.
다음은 6개월 된 아기와 두 살짜리 형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기를 니콜 할아버지에게 안겨주자마자 아기가 울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달래도 아기가 계속 울자 니콜 할아버지는 몹시 당황했어요.
‘난 애들이 귀찮아서 결혼도 안했는데 이게 뭐야?’
니콜 할아버지는 캐빈이 원망스럽고 화가 났어요. 아기를 의자에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벌떡 일어나려던 니콜 할아버지가 영화에서 본 것처럼 아기를 얼렀어요. 발버둥 치며 울던 아기가 까르르 웃었어요.
몇 분이면 찍을 사진을 10분이나 걸렸어요.
다음, 또 그 다음…….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수록 니콜 할아버지는 무릎이 아프고 피곤했어요. 두꺼운 산타클로스 옷과 모자, 그리고 장갑에 털 장화까지 신었으니 땀도 났어요. 그것 보다 더 힘든 건 아이들을 안고 웃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인자한 산타클로스의 모습으로 웃어야 하니까요.
니콜할아버지는 집에 오자마자 산타클로스 옷을 벗어 던지며 소리쳤어요.
“내가 미쳤지. 캐빈이 시킨다고 내가 왜 이 고생을 해? 그만둘 거야.”
다리는 쑤시고 팔은 쳐들 수도 없이 욱신거리고,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흥, 내가 무슨 산타클로스냐? 내일은 고만둔다고 해야지.”
니콜 할아버지는 투덜거리더니 저녁도 못 먹고 잠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니콜 할아버지는 침대에서 뒹굴뒹굴했어요. 어제 자기 무릎에 앉아 산타클로스랑 사진 찍는다고 좋아하던 아이들이 생각났어요.
“운 아기는 둘 뿐이고 다른 아이들은 나를 산타클로스라고 좋아했는데….”
혼자 중얼거리던 니콜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샤워를 했어요.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수염을 흔들며 “호 호 호” 웃어봤어요.
기분이 좋아지고 피곤도 풀리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니까 하루만 더 하지.’
니콜 할아버지는 “호 호 호” 한 번 더 웃고는 백화점으로 갔어요.
.
며칠 후, 니콜 할아버지가 병원에 가자 캐빈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내일 퇴원을 해도 크리스마스까지는 팔을 움직이면 안 된대.”
“뭐라고? 그럼 난 어떻게 하고? 난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해.”
“올 해는 형이 산타클로스 되는 게 하나님의 뜻인 것 같아.”
“네가 며칠만 하라고 했잖아. 내일부터는 아파도 네가 해.”
“형은 산타클로스야. 아이들이 내일도 기다릴 거야.”
“야, 산타클로스는 아무나 되냐?”
니콜할아버지는 화를 내고 갔지만, 다음날도 <Santa & Me> 사진관에서 아주 행복하게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한테서 나는 우유냄새와 과자냄새가 이상했어요. 그러나 어느 새인가 그 우유와 과자냄새가 아주 좋아졌어요. 또 아기들이 울면 도망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우는 아기를 잘 어르고 웃길 줄도 압니다.
12월 24일, 마지막 날입니다.
11시가 되자 백화점은 서둘러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선물을 사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어요.
<Santa & Me>사진관도 11시 30분에 끝난다는 사인 판을 내 걸었어요.
니콜 할아버지는 제시간 안에 사진을 다 찍으려고 서둘렀어요. 그때 다섯 살 쯤 된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왔어요.
긴 금발머리의 귀여운 여자아이는 가을 옷을 입고 있었어요.
“엄마, 나 산타클로스랑 사진 찍고 싶어.”
“내년에 찍어줄 게.”
“엄마, 딱 한 장만 찍으면 안 돼?”
“내년에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두 장 찍어 줄게.”
“엄마, 난 저 산타클로스가 좋아. 저 산타클로스랑 사진 찍고 싶어.”
여자아이가 자꾸 조르자 니콜 할아버지가 그 아이를 봤어요.
“엠…….”
니콜 할아버지는 이름을 부르려다 장갑 낀 손으로 얼른 입을 막았어요.
그 아이는 바로 니콜 할아버지 리조트 RV에 사는 엠마였어요.
다행히 엠마와 엄마는 니콜 할아버지를 못 알아봤어요. 안 쓰던 금테 안경을 쓴데다가 산타클로스 모자가 니콜 할아버지 대머리를 가렸기 때문입니다.
줄 선 아이들 사진을 다 찍자 모두들 짐을 싸려고 했어요.
“잠간만. 여기 한명 더 있어.”
니콜 할아버지가 사진사를 기다리게 하고 엠마에게 다가가며 말했어요.
“얘야, 나랑 사진 한 장 찍을래?”
그러자 엄마가 엠마 손을 잡아끌며 말했어요.
“아녜요. 우린 그냥 구경 왔어요.”
“마지막 손님은 돈을 안 받는데 한 장 찍으면 안 되겠습니까?”
엠마가 활짝 웃으며 산타클로스 앞으로 나섰어요.
“정말 나도 산타할아버지랑 사진 찍어도 돼요?”
“물론이지. 자, 이리 와서 나랑 같이 사진 찍자.”
니콜 할아버지가 사진사에게 귓속말을 하자 사진사가 흔쾌히 웃으며 말했어요.
“알았어요. 마지막이니까 진짜 제일 멋진 사진을 찍어드릴게요.”
니콜 할아버지는 엠마를 안고 엠마 엄마도 옆에 앉혔어요.
찰깍!
사진을 찍자 사진기 뒤에서 사진이 나왔어요.
“와아~ 진짜 멋있어요!”
엠마는 너무 좋아서 니콜 할아버지 목을 안고 이마와 볼에 뽀뽀를 했어요.
니콜 할아버지도 사랑스러운 엠마 이마에 뽀뽀를 했어요.
“사진을 크게 만들어 집으로 보내 줄게.”
니콜 할아버지가 사진을 주며 말하자, 엠마가 머리를 흔들었어요.
“우린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이사 갈지 몰라요.”
“걱정하지 마라. 이 사진은 꼭 네가 받을 거다.”
“고맙습니다. 산타클로스!”
니콜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들며 백화점을 나가는 엠마와 엄마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들 두 손이 모자라도록 선물을 들고 가는데요.
니콜 할아버지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어요. 12시에 백화점 문을 닫으니까 30분밖에 시간이 없어요.
니콜 할아버지는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의 털옷과 구두를 사고 예쁜 인형도 샀어요. 크리스마스카드를 사고 그동안 일해서 받은 돈을 몽땅 넣었어요.
그 날 밤,
선물자루를 멘 산타클로스가 리조트에 나타났어요.
리조트 RV 주차장은 조명등만 드문드문 있을 뿐 조용했어요. 크리스마스가 되자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제일 작은 RV 하나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산타클로스가 살금살금 작은 RV로 가보니 종이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가 문에 붙어 있었어요. 종이크리스마스트리 맨 꼭대기 빨간 큰 별에 「Emma's Home」(엠마의 집)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창문으로 엷은 불빛이 보이고, 엠마가 엄마랑 부르는 캐럴이 밖으로 새어나왔어요.
산타클로스는 엠마의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선물 자루를 살그머니 놓았어요.
“호 호 호!"
엠마네 RV를 떠나 저만치 걸어가던 산타클로스가 아주 기분 좋게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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