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scana-토스카나 오월

                                     


                                                                  조옥동




페스티나 타르데, 천천히 느리게

묵은 세월의 마디를 풀어 넣고 발효시킨

속살이 부드러운 땅

제우스의 피 흥건히 젖은 언덕

계절의 눈꺼풀 편안히 꿈속을 자고 깨는 초원에

올리브 향내 파랗게 뿌리는 하늘 저만치

낮은 구름 투명한 팔을 펴 꽃 피우는 마을마다

붓을 든 고흐가 색칠을 하고 앉아

나그네 걸음 붙잡혀 서두르지 못하는 땅


수많은 외족들 발밑이 뭉개지 못한 돌 뿌리 몬테풀치아노

입술 혹시 열릴 가 자물쇠 매달고

목마름 풀어줄 옛이야기 퍼내지 않는

수십 미터, 속 깊은 우물이 고요히 지켜 온 옛터에

높이 오르느라 구부러진 무릎들 휘어진 어깨를 내리면

호흡과 발이 편안해

뜨거운 소리들 찬찬히 식혀서 접는다


해도 달도 없는 낮과 밤 가늘게 번갈아 지나는

천년 묵은 골목을 돌고 돌아 마주친 모퉁이는

벼랑 끝, 도망칠 길이 없네 엔

겨우 지고 온 세상 슬그머니 내려놓고

돌담을 비비고 선 발목 저 아래엔

하얀 양떼들 그림엽서 펼쳐들고 푸름을 씹고

초록손가락들 가리키는 발도르치아로

오월이 오르고 있다 가슴 풀어 하늘 헤치며


*토스카나(Toscana); 이탈리라 중부에 있는 완만한 구릉지대에

몇 개의 옛 유적지가 발견된 소도시

*발도르치아((Val d'Orcia);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만든 마을

*몬테폴치아노(Montepulciano): 토스카나 남부 해발 605m 꼭대기에 조성된 옛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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