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scana-토스카나 오월/2016 「문학세계」미주 문학세계 발행
2016.11.03 13:56
Toscana-토스카나 오월
조옥동
페스티나 타르데, 천천히 느리게
묵은 세월의 마디를 풀어 넣고 발효시킨
속살이 부드러운 땅
제우스의 피 흥건히 젖은 언덕
계절의 눈꺼풀 편안히 꿈속을 자고 깨는 초원에
올리브 향내 파랗게 뿌리는 하늘 저만치
낮은 구름 투명한 팔을 펴 꽃 피우는 마을마다
붓을 든 고흐가 색칠을 하고 앉아
나그네 걸음 붙잡혀 서두르지 못하는 땅
수많은 외족들 발밑이 뭉개지 못한 돌 뿌리 몬테풀치아노
입술 혹시 열릴 가 자물쇠 매달고
목마름 풀어줄 옛이야기 퍼내지 않는
수십 미터, 속 깊은 우물이 고요히 지켜 온 옛터에
높이 오르느라 구부러진 무릎들 휘어진 어깨를 내리면
호흡과 발이 편안해
뜨거운 소리들 찬찬히 식혀서 접는다
해도 달도 없는 낮과 밤 가늘게 번갈아 지나는
천년 묵은 골목을 돌고 돌아 마주친 모퉁이는
벼랑 끝, 도망칠 길이 없네 엔
겨우 지고 온 세상 슬그머니 내려놓고
돌담을 비비고 선 발목 저 아래엔
하얀 양떼들 그림엽서 펼쳐들고 푸름을 씹고
초록손가락들 가리키는 발도르치아로
오월이 오르고 있다 가슴 풀어 하늘 헤치며
*토스카나(Toscana); 이탈리라 중부에 있는 완만한 구릉지대에
몇 개의 옛 유적지가 발견된 소도시
*발도르치아((Val d'Orcia);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만든 마을
*몬테폴치아노(Montepulciano): 토스카나 남부 해발 605m 꼭대기에 조성된 옛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