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인


타고르의 시세계

                                             

                                               조옥동


인도의 시성·사상가·교육자·독립운동가인 타고르는 1913년 작품집〈기탄잘리 Gitanjali '신께 바치는 노래'>의 영역판으로 동양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았다. 인도 문학의 정수를 서양에 소개하고 서양 문학의 정수를 인도에 소개하는 공헌을 했다. 위대한 성자 데벤드라나트 타고르의 아들로서 일찍이 시를 짓기 시작했다.


기탄잘리


“당신은 나를 영원하게 하셨으니, 그것이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연약한 배를 당신은 끊임없이 비우시고 신선한 생명으로 영원히 채우고 있습니다.

 이 가냘픈 갈대의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너머로 지니고 다니셨으며,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당신의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손길에 나의 작은 가슴은 즐거움에 젖어 들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외칩니다.

 그칠 줄 모르는 당신의 선물을, 나는 이처럼 작은 두 손으로 받아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은 지나가도 당신은 여전히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채울 수 있는 자리는 나에게 남아 있습니다.”(타고르의 장시 103편중에서 1편)


 타고르의 시는 브라만에 도달하기 위한 기쁨과 사랑의 노래다. '우파니샤드'에 의하면 본질에 있어 만유의 빛이요, 생명이요, 또 의식세계인 존재가 브라만이다. 이 브라만이 타고르의 ‘임’이요 절대자 신이다. 신은 극히 나약한 존재인 인간을 창조하여 존재로서 만족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생명으로 결핍된 부분을 채워준다고 믿는다. 타고르의 ‘임’은 존재인 동시에 생성(生成)인 것이다.

우파니샤드(Upanisad)의 뜻은 산스크리트어 <upa:가까운 + ni:아래,밑 +sad:앉다> 로 풀이 한다. 대중을 상대로 세상의 진리를 전하는 사상이 아니라 스승이 제자에게 비밀스런 가르침을 전수한다는 의미란다. 불교 특히 대승불교는 우파니샤드의 영향을 받은 종교임에도 우파니샤드와는 매우 다르다.

우파니샤드는 '우파니샤드'라는 명칭이 붙은 200여종 이상의 성전에 대한 총칭으로 그 중에도 기원전 6세기 붓다 이전에 씌어진 것만을 정통 우파니샤드로 분류하여 권위를 인정한다. 선지자라고 일컫는 곧 리시들이 신에게서 영감을 받아 적은 내용들이라고 전해진다.


 범아일여(梵我一如)는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사상으로서, 고대 인도의 철학사상으로 우주의 근본 원리인 범(梵)과 개인의 중심인 아(我)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타고르는 이를 시의 바탕에 깔고 있다.


“타고르 문학의 가치는 문명의 선진이나 과학의 우세도 감히 무시 못 할 깊이에까지 도달한 인간 공감의 극치에 있다고 한다. 그의 문학은 언어 장벽까지도 초월할 수 있는 인간 정서의 최고봉으로 그의 시는 근대 시인에게서는 보기 드문 조화와 성숙에 이른 것으로, 그의 말 하나, 움직임 하나가 모두 시요, 미요, 또 지혜다. 동양과 서양을 묘하게 조화시킨 아름다운 꽃이라 하겠다. 이처럼 최대의 자유와 무한한 개성과 또 온 세계와도 대결하는 불굴의 반항 정신이 그의 시 세계인 까닭에, 시에 뛰어난 철학이 담겨 있다. 현대의 어느 시인보다도 소박한 표현 속에서 가장 깊은 사유의 세계에 접할 수 있게 하는 시인이다.”라 평한다.

 

기도


타고르 라빈드라나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옵소서

하고 기도하게 마옵시고

위험에 처하여서도

겁을 내지 말게 하옵소서 하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옵소서

고통에 처하여서도 그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인생의 싸움터에서 동도 자를 찾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옵소서

인생과 싸워서 이길 스스로의 힘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근심스러운 공포 속에서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게 마옵시고

자유를 내가 싸워서 이길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너무너무 내가 기쁘고 성공할 때만

하나님이 나를 도와주신다고 생각하게 마옵시고

매일매일 내가 슬프고 괴롭고

남이 나를 핍박하고 내가 배고플 때

하나님이 내 손목을 꼭 붙잡고 계신다는 것을

믿게 하옵소서


 타고르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수많은 작품을 썼다. 그는 생애의 후기 25년 동안 21권의 저작을 펴냈다. 많은 작품들은 그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영역되었지만, 그 영역 작품들은 벵골어 원작에 비해 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이다.

1929년에〈동아일보〉창간을 기념하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기고하여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한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패자의 노래", "동방의 등불"이라는 두 편의 시는 <청춘>, <창조> 등에 소개되었고, 김억에 의해 시집 <기탄잘리>, <신월(新月)>, <원정(園丁)> 등이 번역되었다. 이렇게 번역된 타고르의 시는 임을 노래한 만해 한용운의 연시(戀詩), 산문시의 가락 뿐 아니라 우리 근대문학에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한용운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되는 '님의 침묵은 ‘님'이 누구냐고 논란이 생길 수 있으나 독립 정신으로 일관한 그의 생애에 비추어 그것은 잃어버린 '조국'이라고 추측하나 마지막 부분, 즉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의 '님'은 '부처, 조국, 민족' 등으로 또는 '절대자'라고 해석될 수 있다.

작품에서 밝음과 어둠, 슬픔과 희망, 헤어짐과 만남은 하나라는 역설적 진리를 담아내고 그리하여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체념에 그치지 않고,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체념이 그저 단념, 포기, 절망 같은 소극적인 것으로 끝나 버리지 않고 완전한 깨달음의 세계로 비약하고 있는 점이 타고르의 시를 닮고 있다.

1861년에 태어난 타고르가 1941년 사망한 해에 우연히도 나는 출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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