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마음/재미수필 -2016-

2016.11.19 17:25

조옥동 조회 수:373

                             물의 마음

                                            

                                                                                  조옥동


 뒷들 고요 속에 물소리가 흐른다. 저녁놀이 발갛게 서녘 하늘을 물들일 무렵 시원하고 부드러운 수영장 물의 촉촉한 감각을 즐기려 맨손을 정구고 발목까지 담그고서 물가에 주저앉는다. 주위에 늘어선 초목들과 화초들을 둘러보며 눈인사를 보내고 그들의 하루얘기를 듣는다. 올여름은 매우 무덥고 햇볕이 뜨겁다고 에피필럼 선인장이 힘없이 늘어뜨린 어깨를 보여준다.


 수영장 주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여러 종류의 식물들은 그래도 시원한 물가에서 지내는 한 여름이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물속에 투영시키고 있다. 그들의 미소를 올려다보는 잔잔한 수면을 내려다본다. 물의 마음을 헤아린다. 물의 여운과 파동이 조용히 속삭이는 동안 내마음속으로 물의 마음을 흘려보내려 한동안 앉아 있다.


 순수한 물은 수소 원자 둘 그리고 산소 원자 하나가 화합하여 만들어진 분자 H2O이다. 성질은 무색, 무미, 무취로 색도 맛도 냄새도 없는 액체이다. 생물체는 몸의 대부분이 물로 구성되고 때문에 물이 부족하면 생명자체가 무너진다. 무생물질이 생명체에 생명을 보존시키고, 뿐만 아니라 물은 소금을 비롯하여 많은 물질을 용해하는 곧 화합하는 특성이 있다. 물은 화해하는 자비의 성질을 품고 있다.

 

 종교적 의식에서도 물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부녀자들이 치성을 드릴 때도 맑은 정화수 한 사발을 정갈하게 받쳐 올린다. 가장 기본적 종교의식은 사물을 깨끗하게 하는 물의 고유한 특성을 형이상학적인 의미로 확대하였다. 구약시대 제사장은 제사장의 예복을 갖추기 전에 먼저 물로 몸을 씻고 옷을 빨고 저녁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소나 양을 번제로 드리기 전에 내장과 정강이를 깨끗이 빨았다. 청결은 깨끗한 마음과 정신의 근본이다.

  나는 때때로 성경에 기록된 대로 이 땅의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험도 아무 잘못도 없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나시고, 인류최초로 하필 요단강 물에 들어가 침례를 받으신 일을 생각한다. 하다못해 향기와 맛을 지니고 은은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값비싼 포도주를 물대신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특별한 의미를 추리해본다.


 고여 있는 물은 속이 편치 않아 결국 썩어 가고, 흐르는 물은 수면이 수평하기 까지 멈춤이 없이 흐르거나 아예 땅속으로 스며든다. 물의 속성으론 순수와 정결함 고요와 평등함을 말할 수 있으나 사실은 외부의 미미한 작용에 쉽게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계속 열을 가하면 분자운동이 활발하여져 끓어 기체가 되고, 온도가 내려가면 액체 상태는 고체로 변한다. 경사면의 각도에 따라 유속이 변하며, 뿐만 아니라 바닷물은 지구와 달과 태양의 인력, 지구의 자전에 의한 구심력과 원심력, 달과 지구의 합력에 의한 측면척력과 측면인력의 공동 작용으로 밀물과 썰물의 현상을 만든다. 하늘을 가를듯한 천둥소리 번개와 무서운 태풍은 바람과 물이 연합하여 무서운 파괴력을 생성하는가 하면 공중의 물방울은 햇빛과 적당한 각도로 만나면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든다. 물은 담겨지는 그릇의 형태에 따라 맞서지 않고 허용한다.

이처럼 외부의 조건에 따라 형체도 속성도 변하며 하나의 물질이 다양하게 변화무쌍한 변화를 일으킨다. 인간의 마음, 인간의 속성과 많이 닮은 물질이다.


 물은 동식물을 막론하고 생명체를 이루는 근본 물질임은 설명이 필요 없고 물의 함량에 따라 자연은  모양과 색상을 달리하며 연속적 그리고 상관적으로 환경을 변화시켜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인간의 생활에 공기와 함께 직간접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작은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 맑은 시냇물이 졸졸거리며 흘러내리는 소리는 깊은 산의 호흡소리 같다. 푸른 가을 하늘아래 하얗게 하늘거리는 갈대밭아래 조용히 그들의 춤사위를 비춰주는 연못이나 냇물의 말없는 물결은 어떠한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미서부 중가주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아무리 우람한 암석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어도 요세미티 폭포와 요세미티 계곡을 흐르는 머세드강이 없다면 그 유명한 공원의 운치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태리 남부 지중해 속의 보물 카프리 섬, 그 암벽을 휘감는 커다란 치마폭은 쪽빛 바닷물의 몸짓이었다.


 동식물의 생명이 곧 물의 존재와 매어있을 뿐만 아니라 물은 자연을 지배하고 자연은 인류의 발원과 이동을 유발하고 인류문명과 문화 발생과 변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 나아가 우주탐험의 길을 열어 무한한 공간, 유니버스 우주로까지 펼쳐 갈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하였다. 우주탐험의 근본 목적은 물이 존재하는 별을 찾는 일이다. 무한한 인류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인간의 이상, 그 꿈속에 숨은 욕망은 또한 얼마나 다양한가. 그들을 여러 종류의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나는 어찌 색칠을 할까? 시인은 시어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고 그리고 노래를 한다.


 조용한 물소리가 품고 있는 물의 마음이 내 마음에 흘러들어 속삭인다. 바람이 푸른 파도를 하늘을 향해 밀어 올리듯이 항상 꿈을 꾸는 시인의 마음은 물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헤아리고 있다. 하늘에 몇 개의 별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눈짓을 한다. 해와 달, 하늘과 별, 바람과 함께 물은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시어들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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