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아멘 아멘 --------- 조옥동
2017.01.07 17:16
다시금 아멘 아멘
조옥동
하늘을 날라 온 씨 눈 하나
낯 선 이방의 창가에서
동공을 지그시 눌러 대낮을 묵상하던 외로움
말초신경 하나하나에 햇살을 바르며
씨방 속엔 씀바귀를 잉태하고 있었다
시험 속 실험의 연속 이었다
하루라는 날렵한 혓바닥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색색의 알갱이를 우두커니 지켜보다. 이민 살이 거품 속에 휘저어 녹아버린 수년 세월의 익사체도 끄집어 내지 못한 상실감, 말을 잃은 벙어리의 눈물을, 지쳐버린 허상과 어쩌다 풀꽃처럼 잠시 핀 엷은 웃음까지 몽땅 털어 넣고 실험은 계속 휘젓고 있었지. 햇빛은 내 것이 아니라고 철저히 체념도 못하는 밤, 달그림자 흐릿한 난간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밀고 밀치다 냉기의 밑바닥에서 어느 날 자존이란 씨앗을 찾아내다. 외로움의 시간들 모두 씨앗이었다. 여린 싹들은 시멘트 바닥보다 굳고 두터운 씨벽, 미국을 뚫어가는 작업 중, 실수로 실형을 당하고 오직 가진 것이란 팔다리, 몸부림칠수록 일부는 잘리고 때로는 동상凍傷이요 병들어 잠들지 못하는 고통 중에 실뿌리들 눈트다. 사막의 돌 짝 틈에 겨우 가는 뿌리 자리 잡은 씀바귀, 자그만 노란 꽃을 피운다. 수줍지 않네. 쉽게 시들지 않네. 기름진 흙 속으로 물관 드디어 개통한 달개비 질경이 쑥부쟁이 쇠비름 비슷한 종족들 어울려 이루는 군락, 코리아타운은 복 있을 진 저. 조국 대한민국과 후손들의 땅 미국에도 복 있을 진 저
천사 떠나버린 도시에
사나운 바람 심술 부려도
천사의 입술 닮은 진달래, 천사의 꽃신 닮은 목련
아름다운 봄은 이제
영하의 심장에 냉동해 둔 꿈의 종자들 꺼내 배양을 해야지
오, 입술 마르고 목이 타도록
다시금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