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란 토마스의 시

2012.04.16 20:01

강학희 조회 수:358 추천:8

Light breaks where no sun shines / D. THOMAS


Light breaks where no sun shines;

where no sea runs, the waters of the heart

Push in their tides;

And the broken ghosts with glow-worms in their heads,

the things of light

File through the flesh where no flesh decks the bones



A candle in the thighs

Warms youth and seed and burns the seeds of age;

where no seed stirs,

The fruit of man unwrinkles in the stars,

Bright as a fig;

Where no wax is, the candle shows its hairs.



Dawn breaks behind the eyes;

From poles of skull and toe the windy blood

Slides like a sea;

Nor fenced, nor staked, the gushers of the sky

Spout to the rod

Diving in a smile the oil of tears.



Night in the sockets rounds,

like some pitch moon, the limit of the globes;

Day lights the bone;

Where no cold is, the skinning gales unpin

The water's robes;

The film of the spring is hanging from the lids.




Light breaks on secret lots,

On tips of thought where thoughts smell in the rain

When logics die,

The secret of the soil grows through the eye,

And blood jumps in the sun;

Above the waste allotments the dawn halts.


해 안 비치는 곳에 빛은 터 오고 / 딜런 토머스


해 안 비치는 곳에 빛은 터 오고

바다 안 흐르는 곳에 심장의 물결이

밀물을 몰아 넣는다.

머리에 반딧불 달린 부서진 혼백들,

빛의 물건들이

살이 뼈를 덮지 않은 살 속으로 줄지어 간다.



허벅지 사이의 촛불이

청춘과 씨를 데우고 노년의 씨들을 태운다.

씨가 안 움직이는 곳에

사람의 열매가 별빛 속에서 주름을 펴니,

무화과처럼 빛난다.

밀랍 없는 곳에 촛불이 그 털을 보인다.



두 눈 뒤에 새벽이 터온다

두개골과 발가락의 양극에서 바람 찬 피가

바다처럼 미끌어져 간다.

담도 안 쌓고, 말뚝 안 박은 채, 하늘의 기름샘이

막대 끝에 분출하여 미소 속에 눈물의 기름을 알아낸다.



눈구멍 속에 밤이 무슨 검정 달처럼,

안구의 가장 자리를 둘러싼다.

낮이 뼈를 비친다.

추위가 없는 곳에 살껍질 벗기는 바람이

겨울 겉옷을 벗긴다.

봄의 엷은 막이 눈꺼풀에 달려 있다.



비밀한 장소에서 빛이 터온다

생각들이 비 맞으며 냄새 피우는, 생각의 쓰레기터에

논리가 죽으면

흙의 비밀이 눈 속으로 자라고

피는 햇빛 속에 뛰어 오른다.

황폐한 구획 경작지에 새벽이 머문다.



시월의 시 / 딜런 토머스(D.THOMAS)


하늘 향하여 서른 살 먹던 해

포구와 이웃 숲과

조개 웅덩이 패인, 백로가

사제 일 보는 바닷가에서

아침 손짓이 갑자기 들려왔다.

기도하는 물과, 갈매기, 가마귀의 부름과,

그물 얽힌 담벽에 부딪는 떠가는 뱃소리와 더불어,

나더러 그 순간

아직 잠든 거리에 나서 떠나가라고,



나의 생일은 농가와 흰 물결 위에

내 이름 나부껴 날리는 물새와

날개 돋힌 나무의 새들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래서 비오는 가을에

일어나

내 모든 나날의 소나기 속을 나돌아다녔다.

동구 밖 너머로 길에 오를 때,

높은 밀물과 백로 자맥질하고

거리가 잠깨면서

거리의 대문들이 닫히었다.



구르는 구름에 봄철 가득한 종다리

휘파람 부는 감장새 가득 넘치는 길가의 풀섶

언덕 어깨에 여름같이 내리쬐는

시월의 태양.

거기 그 아침

내 발밑 저 멀리 숲에

비 쥐어짜는 바람이 차게 부는 소리 들으며 거닐 때

돌연히 자상한 기후와 다정한 노래새들이

나타났어라.



작아지는 포구 위에

안개 속에 뿔 세운 달팽이만한

바다에 젖은 예배당 위에,

올빼미의 갈색빛 성곽 위에

창백한 비.

하지만 봄 여름의 온갖 꽃 동산이

동구 밖 너머 종다리 가득한 구름 아래

옛 이야기 속에 피어 올랐다.

기후가 한 바퀴 뒤바뀌지 않았다면

거기서 내 생일

그냥 놀라움으로 지내 보냈으리라.



그 즐거운 고장에서 기후는 뒤바뀌어

또 다른 대기가 달라진 푸른 하늘 아래

사과 배 빨간 포도랑 함께

여름의 기적이 다시금 흘렀고,

이 돌변한 기후에서

한 아이가 햇빛의 우화와

푸른 예배당의 전설과

귀에 젖은 아이 시절의 벌판을 통하여

엄마와 거닐던 아침들을

너무나도 선명히 되살렸기에



아이의 눈물이 내 뺨 적시고

아이의 심장이 내 심장 안에 움직였다.

이들이 바로 그 숲, 그 강, 그 바다

거기서 귀기울여 들어주던 죽어 간 여름에,

아이가 나무, 돌, 밀물의 고기에게

자기의 기쁨의 진실을 속삭였다.

하여 기적은 여전히

물과 노래새들 속에

살아 노래했다.



하여 기후가 한 바퀴 뒤바뀌지 않았다면

거기서 내 생일

그냥 놀라움으로 지내 보냈으련만,

오래 전 죽은 아이의 진정한 기쁨이

태양 속에 불타며 노래했다.

하늘 향하여 서른 살 먹던 해,

그때 거기 여름의 한낮 속에 서 있었으나,

저 아래 거리는 시월 핏빛 잎새에 덮여 누웠었다.

오, 한 해가 다시 돌아온 뒤

이 높은 언덕에서

내 마음의 진실이

다시금 노래 되어라!



[토마스는 본능적 직관으로 파악한 이미지의 세계를 조작된 언어로 건축해 나가려했다. 홉킨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그의 시는 언어의 기능을 최대로 구사하여 만들어내는 감각적 이미지의 전개와 리듬으로 독자를 도취시키는 매력이 있다. 특히 그는 시적언어와 이미저리(imagery)를 구사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물론, 초현실주의에 영향 받은 이미저리 기법을 강조하기 때문에, 주제 면에서 초현실적 요소와 개인적 환상의 일면을 모두 지니고 있어 모호해 보인다는 비평도 있다. 하지만 그의 언어가 지닌 참신함과 활력이 독자를 시 속으로 끌어들이고 거기서 다루어지고 있는 경험의 보편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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