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된다는 것/ 밀란 쿤데라
2012.07.06 18:19
♤ 시인이 된다는 것/ 밀란 쿤데라 ♤ 시인이 된다는 것은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행동의 끝까지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절망의 끝까지 그 다음 처음으로 셈을 해보는 것, 그 전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 왜냐하면 삶이라는 셈이 그대에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낮게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게 어린애처럼 작은 구구단곱셈 속에서 영원히 머뭇거리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시인이 된다는 것은 항상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 시집 『시인이 된다는 것』(세시,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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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된다는 것’ 또한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일찍 계산하고, 너무 일찍 절망하여, 너무 일찍 포기하고 일어서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끝까지 가보지 않은 길은 늘 후회만 남겼으므로, 설령 둘레가 또다시 자신을 배신하더라도 가야할 길은 가야하고 끝을 봐야할 것은 보아야만 한다. 시작의 태도가 그래야 하고 시인은 대저 그런 기질을 지닌 사람이라야 한다.
생각의 줄기를 잡아채 끈질기게 뿌리까지 뽑아내는 것이 곧 시다. 시는 사물에 대한 관심 차원이 아니라 집요한 관찰을 통하여 관통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의 사물도 보는 방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사물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는 어떤 사물에다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 다른 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다. 단순한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그 감정을 이성의 힘으로 다스려 치열하게 언어를 조탁해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거쳐 사물이 새롭게 태어난다. 좋은 시인은 그 과정에서 자기를 잊어버리는 아름다운 몰입 속에서 탄생한다. 그러나 ‘항상 끝까지 가보는’ 그 도정에는 치러야 할 댓가들이 즐비하다. 고뇌하지 않고 고독하지도 않으면서 좋은 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