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keley literature class #2
2012.05.12 03:16
상상력과 시적 형상화 / 김완하
1. 허공의 벼랑을 타고 날아간 새
엊그제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몇 줄기 다년간 후 연구실 창밖의 허공은 한결 투명해졌다. 어느 사이엔지 나무에서 울던 매미들도 다 떠나고 나뭇잎들도 고집하던 초록을 내려놓고 잠시 저만치 사라져간 여름의 꼬리를 바라다보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도 한결 희끗희끗하니 허공이 스미어 있다. 그러고 보니 허공도 깊어진 사색의 빛을 띠고 스스로 고여 있다.
그랬다. 지난 여름동안 연구실 창밖의 나무들에서는 매미가 몹시도 모지락스럽게 울었다. 나뭇잎들은 또 태양의 강렬한 화살을 맞받아치면서 스스로를 견디기에만도 여념이 없었다. 창밖으로 올려다보면 숨 가쁜 허공이 찐득한 열기를 머금고 가득히 차 있었다. 그것은 어떤 카오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아래 연구 실 공간에서 나는 여름 내내 시와 싸우고 있었다. 그래도 시는 쉽게 찾아와 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 자주 허공을 올려다보곤 하였다.
내가 몇 년간 여름동안을 올려다보던 허공. 그때마다 허공은 풍요롭게 팽창하고 내 안의 언어는 메마른 바닥을 보인 채, 절망의 한 복판으로 끊임없이 자맥질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하기를 여러 번, 어쩌다가 시가 나를 찾아와 주기도 하였다. 그러한 여름 방학을 몇 번이나 거치고서야 지난 해 나의 네 번째 시집 『허공이 키우는 나무』는 태어났던 것이다. 실로 어렵게, 어렵게 얻은 자식인 셈이었다.
그렇게 하여서 나는 나를 임상실험 하듯이 시를 써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허공과 대면하며 시를 쓴 지 3년이 지나서야 시집 한권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일 년의 시간을 온통 창작에 쏟아 부어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학의 연구년이라는 것이 그것인데, 아마 뜻대로야 되지 않겠지만, 연구년의 시간을 통해서 창작을 경험해보고 나면 나는 어느 정도 한 시인의 상황과 여건을 미루어 창작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시창작에 대한 임상실험 프로젝트의 결과로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래도 시를 쓰기에 유리한 여건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도 학기 중에는 강의와 연구를 병행해야 하고 논리를 앞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창작은 주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상력과 감수성을 동원해야 하는 창작인지라 학기 중의 분주함 속에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는 어렵고 그것이 비워진 후에야 시가 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6월 중순에 방학이 되어도 밀린 일과 성적처리를 하고 나면 7월 중순이나 되어야 겨우 시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시에 물이 오를 즈음에는 다시 개강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시쓰기는 시지프스의 바위 굴려 올리기와도 같은 셈이다.
한 여름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그것은 절대로 여유로운 공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절망이나 공포와도 같은 것이다. 숨 가쁜 땡볕을 피해서 연구실에 나를 가두고 대면하는 허공은 그야말로 ‘허공의 벼랑’이었다 올려다볼수록 미끄러져 내리고 미끄러져 내리면서 어떤 막막함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나태와 권태를 다잡아 세우며 시를 향한 몰입, 열정, 집념으로 언어의 궁핍을 돌파해나가려는 몸부림에 의해서 그것들은 어느정도 시간을 지나서 하나의 시상으로 잡히기도 하였다.
그때 문득 올려다 본 허공으로 한 떼의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새들은 얼마간의 거리에서는 점으로라도 보이다가 점점 작아지며 끝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때 나는 새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허공의 벼랑을 타고 날아갔다고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거기에서 내 시의 표제작 「허공이 키우는 나무」가 나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다른 시들도 마치 알의 껍질을 벗고 태어나는 새 새끼들처럼 허공의 껍질을 가르고 태어난 것이다.
이번 가을을 맞이하면서 올려다보는 허공엔 또 하나의 짙은 빛의 심연이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지상으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허공 속으로 빨려 올라가면서 깊어지는 것이다. 허공에 난 벼랑을 타고 떠난 새들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별이 없다. 아마도 그 새들은 내 시 속에서나 살아갈 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 새들을 내 시 안으로 불러내기 위해서라도 계속 쉬지 않고 시를 쓸 것이다.(『시인시각』200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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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이 키우는 나무 / 김 완 하
새들의 가슴을 밟고
나뭇잎은 진다
허공의 벼랑을 타고
새들이 날아간 후,
또 하나의 허공이 열리고
그 곳을 따라서
나뭇잎은 날아간다
허공을 열어보니
나뭇잎이 쌓여 있다
새들이 날아간 쪽으로
나뭇가지는,
창을 연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떠나면 어디로 갈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때 얻은 해답은 바로 허공이었다. 허공이라는 말이 내게 주는 뉘앙스는 남다르다. 그것은 비어 있지만 가득 찬 것이고, 가득 차 있지만 비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내 의식 세계의 한 귀퉁이에는 허공이 있고 한없는 깊이로 이 지상의 그리움들을 빨아올린다. 그곳에는 허공이 키우는 나무 한 그루 서있다. 가지마다 짙은 이파리 매달면 새들은 날아와 그 나뭇가지에서 쉬지 않고 노래한다.
그러다가 나뭇가지에서 들리던 새들의 노랫소리마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 곳을 내다보면 나뭇잎들도 모두 떠나고 없는 것이다.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내 의식 속의 허공을 파헤쳐 본다. 허공을 여니 그곳에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살펴보면 새들이 날아간 쪽으로 나뭇가지들은 창 하나씩을 열고 있다. 언젠가 다시 그 창안에서 이파리들이 걸어 나올 것이고, 그 창안으로 새들은 다시 걸어 들어갈 것이다.<시작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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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미지와 상상력
1. "시는 언어로 그린 이미지의 그림이다" - C. D. 루이스
2. 형상, 형상성, 형상사유(예술적 사유)-개념사유(과학적 사유)
漢詩에는 형상이 풍부하게 나타난다. 회화를 그리듯이 언어로 표현한다.
두보의 시 <江村>은 한편의 그림이다.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류)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自去自來梁上燕(자거자래양상연)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老妻畵紙爲棋局(노처화지위기국)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微軀此外更何求(미구차외갱하구)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
기나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한가롭다.
제비는 마음대로 처마를 들고나고
수중의 갈매기는 가까이 가도 날아갈 줄 모른다.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낚싯바늘을 만드는구나.
다병한 몸에 필요한 것이란 오직 약물뿐
미천한 이내 몸이 달리 또 무엇을 바라리오.
정지용의 <향수>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신경림의 <여름날-마천에서>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 보다
車가 갑자기
불어난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첨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3.시창작론
가장 단순한 방법은 오세영교수의 이론이다. 오세영은 시창작의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고 있다. 그것은 ‘시의 원천’ → ‘시의식’ → ‘시적 형상화’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시창작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시창작을 가장 단순화시킨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짧지만 시창작의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어서 시창작을 이해하는데 주요하다.
오세영은 ‘시의 원천’을 누구나 타고 나지만 천부적으로 타고난다는 점을 강조한다.(이 문제에 대한 다른 장의 논의가 필요하다) 시의 샘으로 비유되고, 그러나 갈증을 느기지 않으면 그 샘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비유로 ‘시의식’을 연결한다. 시의식은 날카로운 관찰과 상상력이 중요한데 이를 계발하기 위해서 통찰과 깨우침 등 다양한 의식작용이 필요하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의식이 고양되면 마지막 단계인 ‘시적 형상화’의 단계로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외적인 문제로 리듬과 행, 연 그리고 내적 원리로 아이러니 역설 등의 기법이 거론되고 있다.
오세영은 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시 「열매」가 창작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4.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의 미학』
인간의 상상력의 바탕에는 네 가지 물질이 존재한다. 그것은 물, 불, 공기, 흙이다. 이 네 가지 물질이 인간의 상상력을 펼치는 매개로 작용한다.
5. 상상력의 훈련
엊그제 내린 찬비로 대지는 어느덧 늦가을 기운을 내비치며 창백해져 있다. 노오란 은행잎이 후두둑 후두둑 날리다가 길거리에 쌓이는 광경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길을 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눈여겨보게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낙엽의 상상력’을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낙엽’을 통해서 연상할 수 있는 단어 가운데 가장 신선한 것을 찾아보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의 상상력은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가을, 쓸쓸함, 이별, 손수건, 눈물, 어머니, 희생, 거름’ 등을 거론하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서 두 경우는 나로 하여금 무언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해주었다. 그 하나는 ‘거울’이고 또 하나는 ‘그림자’였다. 먼저 거울의 경우는 어느 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 벌써 가을이구나’ 하며 한해를 돌아보고 자신을 반성한다는 점에서 낙엽이 거울과 통한다는 것이다. 발상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다음으로는 그림자였는데, 이것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경우였다. 어떤 물체든지 그림자는 그것의 색상과 무관하게 모두 흑백으로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낙엽도 마찬가지로 이파리가 지녔던 초록색이나 노랗고 붉은 빛깔을 다 비우고 모두 같은 갈색으로 땅에 뒹군다.
바로 이것이다. 다시 말하면 낙엽이나 그림자는 모두 동일한 상태로 땅에 닿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사실을. 그렇다. 젊은 날의 미와 건강, 명예와 권력과 권위도 인간이 죽을 때는 다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닌가? 낙엽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돌아보고 더 나아가 생의 순리와 외경을 동시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에 도달하면 상상력이 왜 필요한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상상력이란 우리 생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우리들의 생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 떨어진 나뭇잎이 도로 위를 따라 달려가고 있다. 나는 떨어진 나뭇잎 속의 시간을 따라서 걸어 들어가 본다.(김완하의 '낙엽'의 상상력)
5. 상상력은 두 가지 사물 사이의 이질성 속에서 동질성을 찾을 수 있는 힘이다.
예) '유리'와 '자유'의 동질성, '눈동자'와 '바람'의 동질성, '돼지'와 '어머니'의 동질성 등등
3. '별'의 시적 형상화
별 1
김완하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거리를
빛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허리가 휘어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발 아래로 구르는 별빛,
어둠의 순간 제 빛을 남김없이 뿌려
사람들은 고개를
꺾어 올려 하늘을 살핀다
같이 걷는 이웃에게 손을 내민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의 빛 속으로
스스로를 파묻기 때문이다
한밤의 잠이 고단해
문득, 깨어난 사람들이
새벽을 질러가는 별을 본다
창밖으로 환하게 피어 있는
별꽃을 꺾어
부서지는 별빛에 누워
들판을 건너간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새벽이면 모두 제 빛을 거두어
지상의 가장 낮은 골목으로
눕기 때문이다
별 2
가장 먼 거리에서 아름다운 이가 있다
텅 빈 공간에서도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사는 날까지 소리쳐도
대답 없지만,
눈감으면 다가서는 사람 있다
별 3
진실을 향한 고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가 한세상 무너지며 달려와
빈 가슴으로 설 때,
하늘 가득 박힌 별들이여
온 하늘을 위하여
태어난 그 자리를 지키며
일생을 살다 가는 사람들
별은 왜,
어두운 곳에 선 이들의 어깨 위로만
살아 오르는가
휩싸인 도시를 빠져 나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만 빛을 뿌리는가
숨죽여 흐르는 찬 강물에 누워
이 한밤 새도록 씻기우는 별빛,
새벽이 닿아서야
소리 없이 강심을 밀고 올라와
가장 맑게 차오르는 별을 본다
별 4
나의 별은 내가 볼 수 없구나
항시 나의 뒤편에서
나의 길을 비춰 주는 그대여,
고개 돌려 그를 보려 하여도
끝내 이를 수 없는 깊이
일생 동안 깨어 등을 밝혀도
하늘 구석구석 헤쳐 보아도
나는 바라볼 수가 없구나
우리가 삼천 번 더 눈떠 보아도
잠시, 희미한 그림자에 싸여
그을린 등피 아래 고개를 묻는 사이
이 세상 가장 먼 거리를 질러가는 빛이여
어느새 아침은 닿고,
진실로 나의 별은 나의 눈으로
볼 수가 없구나
별 5
가난한 사람들만이
새벽마다 깨어나
골목을 쓴다
일시에 사라지는 별빛,
풀포기마다 가득 내린
맑은 이슬로 손을 씻는다
새벽에 깨어난 사람들만이
내일 밤에 또 다시
새로운 별이 떠오를 것을 믿는다
1. 허공의 벼랑을 타고 날아간 새
엊그제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몇 줄기 다년간 후 연구실 창밖의 허공은 한결 투명해졌다. 어느 사이엔지 나무에서 울던 매미들도 다 떠나고 나뭇잎들도 고집하던 초록을 내려놓고 잠시 저만치 사라져간 여름의 꼬리를 바라다보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도 한결 희끗희끗하니 허공이 스미어 있다. 그러고 보니 허공도 깊어진 사색의 빛을 띠고 스스로 고여 있다.
그랬다. 지난 여름동안 연구실 창밖의 나무들에서는 매미가 몹시도 모지락스럽게 울었다. 나뭇잎들은 또 태양의 강렬한 화살을 맞받아치면서 스스로를 견디기에만도 여념이 없었다. 창밖으로 올려다보면 숨 가쁜 허공이 찐득한 열기를 머금고 가득히 차 있었다. 그것은 어떤 카오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아래 연구 실 공간에서 나는 여름 내내 시와 싸우고 있었다. 그래도 시는 쉽게 찾아와 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 자주 허공을 올려다보곤 하였다.
내가 몇 년간 여름동안을 올려다보던 허공. 그때마다 허공은 풍요롭게 팽창하고 내 안의 언어는 메마른 바닥을 보인 채, 절망의 한 복판으로 끊임없이 자맥질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하기를 여러 번, 어쩌다가 시가 나를 찾아와 주기도 하였다. 그러한 여름 방학을 몇 번이나 거치고서야 지난 해 나의 네 번째 시집 『허공이 키우는 나무』는 태어났던 것이다. 실로 어렵게, 어렵게 얻은 자식인 셈이었다.
그렇게 하여서 나는 나를 임상실험 하듯이 시를 써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허공과 대면하며 시를 쓴 지 3년이 지나서야 시집 한권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일 년의 시간을 온통 창작에 쏟아 부어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학의 연구년이라는 것이 그것인데, 아마 뜻대로야 되지 않겠지만, 연구년의 시간을 통해서 창작을 경험해보고 나면 나는 어느 정도 한 시인의 상황과 여건을 미루어 창작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시창작에 대한 임상실험 프로젝트의 결과로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래도 시를 쓰기에 유리한 여건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도 학기 중에는 강의와 연구를 병행해야 하고 논리를 앞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창작은 주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상력과 감수성을 동원해야 하는 창작인지라 학기 중의 분주함 속에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는 어렵고 그것이 비워진 후에야 시가 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6월 중순에 방학이 되어도 밀린 일과 성적처리를 하고 나면 7월 중순이나 되어야 겨우 시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시에 물이 오를 즈음에는 다시 개강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시쓰기는 시지프스의 바위 굴려 올리기와도 같은 셈이다.
한 여름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그것은 절대로 여유로운 공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절망이나 공포와도 같은 것이다. 숨 가쁜 땡볕을 피해서 연구실에 나를 가두고 대면하는 허공은 그야말로 ‘허공의 벼랑’이었다 올려다볼수록 미끄러져 내리고 미끄러져 내리면서 어떤 막막함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나태와 권태를 다잡아 세우며 시를 향한 몰입, 열정, 집념으로 언어의 궁핍을 돌파해나가려는 몸부림에 의해서 그것들은 어느정도 시간을 지나서 하나의 시상으로 잡히기도 하였다.
그때 문득 올려다 본 허공으로 한 떼의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새들은 얼마간의 거리에서는 점으로라도 보이다가 점점 작아지며 끝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때 나는 새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허공의 벼랑을 타고 날아갔다고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거기에서 내 시의 표제작 「허공이 키우는 나무」가 나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다른 시들도 마치 알의 껍질을 벗고 태어나는 새 새끼들처럼 허공의 껍질을 가르고 태어난 것이다.
이번 가을을 맞이하면서 올려다보는 허공엔 또 하나의 짙은 빛의 심연이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지상으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허공 속으로 빨려 올라가면서 깊어지는 것이다. 허공에 난 벼랑을 타고 떠난 새들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별이 없다. 아마도 그 새들은 내 시 속에서나 살아갈 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 새들을 내 시 안으로 불러내기 위해서라도 계속 쉬지 않고 시를 쓸 것이다.(『시인시각』200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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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이 키우는 나무 / 김 완 하
새들의 가슴을 밟고
나뭇잎은 진다
허공의 벼랑을 타고
새들이 날아간 후,
또 하나의 허공이 열리고
그 곳을 따라서
나뭇잎은 날아간다
허공을 열어보니
나뭇잎이 쌓여 있다
새들이 날아간 쪽으로
나뭇가지는,
창을 연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떠나면 어디로 갈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때 얻은 해답은 바로 허공이었다. 허공이라는 말이 내게 주는 뉘앙스는 남다르다. 그것은 비어 있지만 가득 찬 것이고, 가득 차 있지만 비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내 의식 세계의 한 귀퉁이에는 허공이 있고 한없는 깊이로 이 지상의 그리움들을 빨아올린다. 그곳에는 허공이 키우는 나무 한 그루 서있다. 가지마다 짙은 이파리 매달면 새들은 날아와 그 나뭇가지에서 쉬지 않고 노래한다.
그러다가 나뭇가지에서 들리던 새들의 노랫소리마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 곳을 내다보면 나뭇잎들도 모두 떠나고 없는 것이다.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내 의식 속의 허공을 파헤쳐 본다. 허공을 여니 그곳에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살펴보면 새들이 날아간 쪽으로 나뭇가지들은 창 하나씩을 열고 있다. 언젠가 다시 그 창안에서 이파리들이 걸어 나올 것이고, 그 창안으로 새들은 다시 걸어 들어갈 것이다.<시작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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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미지와 상상력
1. "시는 언어로 그린 이미지의 그림이다" - C. D. 루이스
2. 형상, 형상성, 형상사유(예술적 사유)-개념사유(과학적 사유)
漢詩에는 형상이 풍부하게 나타난다. 회화를 그리듯이 언어로 표현한다.
두보의 시 <江村>은 한편의 그림이다.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류)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自去自來梁上燕(자거자래양상연)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老妻畵紙爲棋局(노처화지위기국)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微軀此外更何求(미구차외갱하구)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
기나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한가롭다.
제비는 마음대로 처마를 들고나고
수중의 갈매기는 가까이 가도 날아갈 줄 모른다.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낚싯바늘을 만드는구나.
다병한 몸에 필요한 것이란 오직 약물뿐
미천한 이내 몸이 달리 또 무엇을 바라리오.
정지용의 <향수>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신경림의 <여름날-마천에서>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 보다
車가 갑자기
불어난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첨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3.시창작론
가장 단순한 방법은 오세영교수의 이론이다. 오세영은 시창작의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고 있다. 그것은 ‘시의 원천’ → ‘시의식’ → ‘시적 형상화’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시창작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시창작을 가장 단순화시킨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짧지만 시창작의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어서 시창작을 이해하는데 주요하다.
오세영은 ‘시의 원천’을 누구나 타고 나지만 천부적으로 타고난다는 점을 강조한다.(이 문제에 대한 다른 장의 논의가 필요하다) 시의 샘으로 비유되고, 그러나 갈증을 느기지 않으면 그 샘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비유로 ‘시의식’을 연결한다. 시의식은 날카로운 관찰과 상상력이 중요한데 이를 계발하기 위해서 통찰과 깨우침 등 다양한 의식작용이 필요하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의식이 고양되면 마지막 단계인 ‘시적 형상화’의 단계로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외적인 문제로 리듬과 행, 연 그리고 내적 원리로 아이러니 역설 등의 기법이 거론되고 있다.
오세영은 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시 「열매」가 창작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4.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의 미학』
인간의 상상력의 바탕에는 네 가지 물질이 존재한다. 그것은 물, 불, 공기, 흙이다. 이 네 가지 물질이 인간의 상상력을 펼치는 매개로 작용한다.
5. 상상력의 훈련
엊그제 내린 찬비로 대지는 어느덧 늦가을 기운을 내비치며 창백해져 있다. 노오란 은행잎이 후두둑 후두둑 날리다가 길거리에 쌓이는 광경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길을 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눈여겨보게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낙엽의 상상력’을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낙엽’을 통해서 연상할 수 있는 단어 가운데 가장 신선한 것을 찾아보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의 상상력은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가을, 쓸쓸함, 이별, 손수건, 눈물, 어머니, 희생, 거름’ 등을 거론하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서 두 경우는 나로 하여금 무언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해주었다. 그 하나는 ‘거울’이고 또 하나는 ‘그림자’였다. 먼저 거울의 경우는 어느 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 벌써 가을이구나’ 하며 한해를 돌아보고 자신을 반성한다는 점에서 낙엽이 거울과 통한다는 것이다. 발상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다음으로는 그림자였는데, 이것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경우였다. 어떤 물체든지 그림자는 그것의 색상과 무관하게 모두 흑백으로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낙엽도 마찬가지로 이파리가 지녔던 초록색이나 노랗고 붉은 빛깔을 다 비우고 모두 같은 갈색으로 땅에 뒹군다.
바로 이것이다. 다시 말하면 낙엽이나 그림자는 모두 동일한 상태로 땅에 닿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사실을. 그렇다. 젊은 날의 미와 건강, 명예와 권력과 권위도 인간이 죽을 때는 다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닌가? 낙엽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돌아보고 더 나아가 생의 순리와 외경을 동시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에 도달하면 상상력이 왜 필요한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상상력이란 우리 생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우리들의 생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 떨어진 나뭇잎이 도로 위를 따라 달려가고 있다. 나는 떨어진 나뭇잎 속의 시간을 따라서 걸어 들어가 본다.(김완하의 '낙엽'의 상상력)
5. 상상력은 두 가지 사물 사이의 이질성 속에서 동질성을 찾을 수 있는 힘이다.
예) '유리'와 '자유'의 동질성, '눈동자'와 '바람'의 동질성, '돼지'와 '어머니'의 동질성 등등
3. '별'의 시적 형상화
별 1
김완하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거리를
빛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허리가 휘어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발 아래로 구르는 별빛,
어둠의 순간 제 빛을 남김없이 뿌려
사람들은 고개를
꺾어 올려 하늘을 살핀다
같이 걷는 이웃에게 손을 내민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의 빛 속으로
스스로를 파묻기 때문이다
한밤의 잠이 고단해
문득, 깨어난 사람들이
새벽을 질러가는 별을 본다
창밖으로 환하게 피어 있는
별꽃을 꺾어
부서지는 별빛에 누워
들판을 건너간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새벽이면 모두 제 빛을 거두어
지상의 가장 낮은 골목으로
눕기 때문이다
별 2
가장 먼 거리에서 아름다운 이가 있다
텅 빈 공간에서도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사는 날까지 소리쳐도
대답 없지만,
눈감으면 다가서는 사람 있다
별 3
진실을 향한 고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가 한세상 무너지며 달려와
빈 가슴으로 설 때,
하늘 가득 박힌 별들이여
온 하늘을 위하여
태어난 그 자리를 지키며
일생을 살다 가는 사람들
별은 왜,
어두운 곳에 선 이들의 어깨 위로만
살아 오르는가
휩싸인 도시를 빠져 나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만 빛을 뿌리는가
숨죽여 흐르는 찬 강물에 누워
이 한밤 새도록 씻기우는 별빛,
새벽이 닿아서야
소리 없이 강심을 밀고 올라와
가장 맑게 차오르는 별을 본다
별 4
나의 별은 내가 볼 수 없구나
항시 나의 뒤편에서
나의 길을 비춰 주는 그대여,
고개 돌려 그를 보려 하여도
끝내 이를 수 없는 깊이
일생 동안 깨어 등을 밝혀도
하늘 구석구석 헤쳐 보아도
나는 바라볼 수가 없구나
우리가 삼천 번 더 눈떠 보아도
잠시, 희미한 그림자에 싸여
그을린 등피 아래 고개를 묻는 사이
이 세상 가장 먼 거리를 질러가는 빛이여
어느새 아침은 닿고,
진실로 나의 별은 나의 눈으로
볼 수가 없구나
별 5
가난한 사람들만이
새벽마다 깨어나
골목을 쓴다
일시에 사라지는 별빛,
풀포기마다 가득 내린
맑은 이슬로 손을 씻는다
새벽에 깨어난 사람들만이
내일 밤에 또 다시
새로운 별이 떠오를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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