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만나서>
김영교
마음이 벽인가
사방이 껍데기
전혀 무게를 감당못하는
어느 날
못 하나의 방문이 벽을 단단하게 했다
거울도 양심마저 걸 수 없었던
종이짝 벽을 찾아온
두께가 늘어나며
나무처럼 벽은 벽답게 자랐다
이기심은 통째로
모든 힘듬과 고달픔이 걸린다
탐욕의 무게를 감당하고
위선의 겉옷을 벗고
기도의 망치질이 심장박동이 되었다
무릎과 가슴의 밀착 순간
막힘은
트임으로 치닫고
눌림은
어느듯 하늘 날개
이웃의 아픔이 내 것이 된다
산들 바람이 인다
시내가 흐르고
푸른 하늘과 햇빛
새가 둥지를 튼다
감춰진 못의 하체
출생부터 당신과 나를 위한 헌신
그 첨예의 고통, 아름다워라
기쁨의 얼굴
돕는 배필의 결속을 매는
그 동그랗고 단단한 힘
못의 생애가 녹아있는
은혜의 여정, 고마와라
축복의 길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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