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의 시 「유리창」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 갔구나!
정지용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지적이고 미학적인 시적 전율이죠.
또 하나 기억나는데 한라산에서 벌목하는 사람들이 큰 소나무를 짤라요,
소나무가 넘어지는데, 그 소리나는 것을 시어로 독특하게 묘사했는데, 그것도 비극적 현상이죠.
큰 소나무가 쓰러질 때 나는 소리가 얼마나 장엄하고 비극적입니까. 그냥 복종해서 쓰러지는게 아니라
큰 나무가 뭐와 싸워서 졌지만 그런 장엄함을 보여주고 있는 시적인 효과, 공감각적인 효과를 나타낸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