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00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승신의 시가 있는 컬쳐 에세이    

                                                                                                   2012    10   3  

약속

꼭 4 년 전이다

경복궁으로 해서 광화문으로 걸어 내려가 동아일보를 끼고 청계천으로 들어가

내리 꽂히는 물줄기를 바라보고는 계단을 내려가 천천히 물을 따라 걸었다



늦가을 이었던가

지금은 아쉽게도 잃어버린 홑겹 자주 빛 잠바를 입고 있었고 청계천 물줄기를

따라 피어있는 억새들을 보았으니까

그 긴 길을 마음먹고 꽤 많이 걸었던 것은 생각할 게 그만큼 많았던 것이리라



어스름해 지려고해 도로 오던 길로 한참이나 되돌아 왔다

왕복 두어 시간은 족히 걸었고 초입의 큰 물줄기에 거의 다해 가자 서양 노부부

가 물을 배경으로 서로 한 사람씩 사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그냥 지나치려다 같이 찍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걸음을 멈추고 찍어주겠다고 하자 그들은 포즈를 취했다


퉁퉁한 뱃살의 남자와 여자의 키 차이는 컸지만 서로 바라보는 눈길에 미소가

그치지 않는 다정한 부부였다

호주에서 왔다고 했고 유럽에 갔다 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루를 서울에

머문다고 했다. 물을 보는 눈길이나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정다웠다

나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 여러 일 중에 시를 짓는다고 하니 무슨 시냐고 관심을 와락 보였다



어머니와 함께 세계 유일의 모녀 시인으로 어머니 시의





       그대여  나의 사랑의 깊이를 시험하시려

       잠시 두 눈을 감으셨나요



       my dearest, have thou closed thy eyes on purpose

       just to measure the depth of my love toward thee





나의 시 중





        하루가 가면 엄마와 멀어지고

        하루가 가면 엄마에 가까워지고



        one day goes, farther from my mother

        one day goes, closer to my mother





를  읊어 주었다



그 순간 그 남자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유럽에서 손호연 시인의 행사와 강연을 해 오며 감동해 하는 걸 보았지만 커다란 서양 남자가 시 한 줄에 굵은 눈물을 흘리며 우는 건 처음이었다


가까이에 그 시인의 문학 코너가 있으니 안내하겠다고 하자 이미 어두웠고

새벽에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했다

다음에 와 보겠다고

그리고는 우는 남자를 뒤로 하고 나는 돌아왔다



청계천을 걸으며 가끔 그 생각이 났지마는 잊은 적도 많았다



그런데 4 년 후 그 부부에게서 연락이 왔고 나는 그들을 청계천으로 안내해

그 자리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주고 그리고는 필운동  "손호연 시인의 집"에 있

는 문학 코너를 안내했다



그는 감격해 했고 일본 독자들이 1997년 아오모리에 세운 시비에 새겨진 사진 속

예의 그 시 한 줄,  그대여 ~   와





        가신 후 그대는 큰 바위 되어라

        나는 담쟁이 넝쿨되어 천년을 살리라





절절한 사랑의 시에 그 남자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의 손에 영어 시집 'Son Hoyun Poems and Pictures'를 들려주었다



70억 세계 인구에 이런 만남이 있을까

먼 곳에서 런던을 들려 온 그 부부와 동아시아 끝자락에 있는 나와의 만남

그리고 이제는 이 땅에 보이지 않으나 시에 스며 있는 그 정신과의 만남~

그것은 우연일까





십 여년 전, 가 본 호주의 인상은 캥거루와 거기에 흔한 유클렙터시스 향기로운

잎들 그리고 바닷가의 오페라 하우스였다


그러나 그 곳에서 온 그들의 약속을 지킨 마음과 그 진심을 접한 후엔 호주 Australia 가 나에겐 다른 이미지로 다가왔다


청계천을 산책하다 그 지점에 이르면 다시 호주의 David 와 Joan의 아름다운 마음이 떠오르리라

그리고는 무엇으로 이웃과 내가 만나는 세계 사람들에게 조국 코리아의 격을높여 줄 수 있을까를  나는 곰곰 생각하게 될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0 윌슨(Wilson) 공원 - 김영교 김영교 2017.05.09 24
569 이승신의 칼라 에세이 - 철학의 길 5-4-2017 김영교 2017.05.04 25
568 이승신의 칼라 에세이 김영교 2017.05.04 35
567 오세윤수필가 - 이수동 화백의 그림읽기 -5-4-2017 김영교 2017.05.03 216
566 서빙고 일기 김영교 2012.10.06 267
» 이승신의 시가 있는 컬쳐 에세이 김영교 2012.10.05 300
564 사랑해요..모든분들 김공주 2011.09.19 256
563 외로움은 영혼의 키를 크게 하는 영양소l 김영교 2009.10.03 354
562 유리창 김영교 2009.10.01 388
561 지침의 말 박대균목사 2009.08.10 366
560 Jesus loves me even 92 years old 김영교 2009.08.05 403
559 기도하는 손/1분 묵상 애천 2009.07.31 561
558 1분 묵상/시인 프로스트 애천 2009.07.31 407
557 꽃몸살/한후남 애천 2009.07.30 428
556 이미경집사 김영교 2009.07.23 309
555 기도의 강물 김영교 2009.07.20 313
554 숲은 우리의 고향 나정자 2009.07.12 342
553 한규삼목사 편지 김영교 2009.09.01 2272
552 詩 <마음운동> 김영교 김영교 2009.07.10 352
551 손의 퇴화 김태익 2009.07.10 42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04
어제:
254
전체:
673,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