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학/세 계화

2013.02.24 13:11

김영교 조회 수:381 추천:12

 



 





 



 

IT 강국을 자랑하면서도 아직 상다운(?) 노벨상 하나 받지 못한 한국의 모습은 선진국 대열에 아직 멀리 서 있다 아니할 수 없다.

 

한국이 세계화 되려면 경제뿐 아니라 문화 사회 또한 세계화 그리고 선진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에 큰 몫을 번역이 담당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미국을 멀리하는 것 같으면서도 얼마나 미국문화에 푹 빠져있는지 모른다. TV 프로그램의 제목 대부분이 영어를 그대로 쓴다던 지 간판이나 행사 이름을 영어로 사용하는 모습은 국제화 세계화를 지나서 지나친 사대적 성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할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를 사용하고 번역하면서 바르게 번역이 되지 않아 그 뜻이 왜곡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깝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그 실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예를 들면 [이동갈비]를 [이동하는 갈비]로 번역해서 되겠는가. 또 [전하께서 기침(起寢)하셨다]를 [왕이 쿨럭쿨럭 기침했다]로 번역해서 되겠는가. 결혼한 아들을 부르는 호칭인 [애비]를 [파더]로 번역했다면 큰 일이다. 심지어는 [literary world]라고 해야 할 [작품세계]를 [work world]로 번역한 경우도 큰 잘못이다.

 

한편 신문이나 영화나 텔레비전의 한글 자막에도 문화를 잘 몰라서 생기는 오역이 난무한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Say the magic word.’는 ‘Say please(부탁합니다, 라고 말해)’라는 뜻인데, 자막에는 ‘마법의 주문을 말해라.’로 나온다.

 

예전에 대통령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출연한 한국광고의 영문카피가 ‘Welcome to the land of mystery!’이었는데, 이는 ‘신비의 나라로 오세요!’가 아니라,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나라로 오세요!’ 라는 뜻이다.

 

‘유행을 타는 미쓰비시(Mitsubishi in the swim)’라는 외국신문 헤드라인이 국내해설지에는 ‘물속을 달리는 미쓰비시’로 잘못 번역되어 있고, ‘왼손잡이’인 ‘southpaw’가 ‘남쪽발톱’으로, ‘검사’인 ‘assistant DA’가 ‘검사보’로 오역되어 있다.

 

영화의 경우, ‘앵무새 죽이기’에서 ‘bending the law’는 ‘법을 굽히다’인데, ‘법을 지키다’로 되어 있고, 영화 ‘레드 드라곤’에서는 ‘걱정마라’의 뜻인 ‘rest assured’가 ‘푹 쉬어 두게’로 오역되어 있다.

 

영화 ‘스피시즈4’에서는 ‘우리 사이의 비밀이다.’라는 뜻인 between you and me and the post’가 ‘기둥도 있지만’으로 되어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신문만화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인기 드라마 ‘프렌즈’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자’의 뜻인 ‘Let’s not get carried away’가 ‘날 흥분시키지 마’로 되어 있고...

‘넘버스’에서는 ‘무전기’인 ‘radio’가 ‘라디오’로, ‘정신병자’인 ‘cuckoo’가 ‘쿠크’로, ‘속죄양’의 의미인 ‘fall guy’가 ‘범인’으로 잘못 번역되어 있다.

 

또 만화 ‘블론디’에서는 토요일 아침에 “아래층에 가서 만화영화를 봐야지”가 “만화책을 봐야지”로 잘못 되어 있다.

 

이는 우선 ‘만화책(comics)’과 ‘만화영화(cartoons)’의 차이를 간과한 것인데 번역한 사람이 미국의 어린이들은 토요일 오전이 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만화영화를 본다는 문화적 관습을 몰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남성들이 ‘육체가 풍만한’으로 잘못 알고 있는 ‘글래머’ 역시 육체의 볼륨과는 전혀 상관없는 ‘눈부시게 아름다운’의 뜻이다. 영화자막에 늘 ‘희생자’로 오역되는 ‘victim’도 ‘피해자’라고 번역해야만 하며, ‘contribute to’도 ‘공헌하다.’ 라기보다 ‘조그만 일익을 담당하다.’로 옮겨야 맞다.

 

결국 번역을 잘 하려면 [문화번역(cultural translation)]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번역자는 곧 문화를 번역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문화적 이해가 병행되지 않으면 바른 번역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번역문학의 한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미주문인 정용진 시인이 펴낸 한영시선집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미래문화사)는 한국 산하를 노래한 시와 이를 영어로 녹여낸 영시가 듬뿍 담겨 있다.

작가는 현재 미국에서 30년 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원로시인이다.
 

사랑을 주제로 쓴 그의 작품들은 시어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한국적 서정이 짙게 깔려 있다.

 

'사랑의 초대', '기쁨', '아픔' ,'추억' 등 4부로 나뉘어 총 71개의 작품이 선보인다.
 

'간밤 마른 땅을 적시며 / 함초롬히 내린 / 이슬비'(님 중에서)는 어떻게 영어로 옮겨야 할까.

정 시인은 'The drizzling rain / soaks the dry ground overnight'라고 번역했다.

 

'연지 찍고 / 곤지 찍고'(꽃노을 중에서)는 'Painting the cheeks red / Painting the forehead red'라고 번역했다. '내 누님의 / 속마음 같은 / 명주 비단자락'은 'The river is like my older sister' / heart-a gossamer/ drape of silk'라고 풀어냈다.
 

'산심(山心)을 싣고/세렴폭포 뛰어내려/달려오는 시냇물도/나를 반겨 맞는데'(치악산 중에서)는 'The water from the stream/filled with the love of the mountain/travels down the stream/to greet me'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는 '섬섬옥수'도 'beautiful and sad hands'로 솜씨 있게 녹여낸다.

 

여기 [산울림]이라는 한영대조시 한편을 소개한다.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내려와
너를 찾으니

초생달로
못 속에 잠겨있는
앳된 얼굴.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한다.

계곡을 흐르는
산들 바람에

피어나는
꽃 송이송이들의
짙은 향기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한다.
 
 

When I climb up the mountain

and call out to you,

you say, "Let's live here."

 

When I come down to the valley

and look for you,

 

I see your childlike face

in the pond

like the crescent moon,

 

When I miss you

and call out to you again,

you say, "Let's live here."

 

When the gentle breeze

passes through the valley,

 

the strong scent of

the flower buds

blossoms like the petals.

 

When I miss you

and call out to you again,

you say, "Let's live here."


 


 

이제 한국문학이 세계로 진출하여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문화를 번역할 줄 아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어야만 하겠다.

한국문학의 세계화의 내일을 기대하면서 . . .(장재언)

 


 


 


 
 

 



 

 

 



 

 

“선생님, 된장찌개를 어떻게 영역(英譯)해야 하나요?”

“그러면, 사랑채는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대답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터. 영어에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특유의 구수하고 감칠 맛나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나 민족적 한(恨)과 정서를 그때그때 똑 떨어지는 말로 찾기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생각하면 번역문제를 당연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인이 아니 영국인이 한국문학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

 

한국 문학을 16년째 번역해온 서강대 안선재(영국명 브라더 안토니) 명예 교수는 한국문학을 영역(英譯)한 책이 26권이나 된다.

 

특유의 능숙한 표현력으로 그가 영역한 책을 얼핏 보면 이렇다.

천상병의 ‘귀천’(Back to Heaven), 고은의 ‘화엄경’(Little Pilgrim), 김광규의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Faint Shadows of Love),  김영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고은의 ‘만인보’(Ten Thousand Lives), 서정주의 ‘밤이 깊으면’(The Early Lyrics)….

마종기의 ‘이슬의 눈’(Eyes of Dew), 고은의 ‘내일의 노래’ (Songs for Tomorrow) 등 4권을 펴냈다.

최근에는 도종환의 자장가를 영어로 번역했다.(위 초대시 참조)
 

안 교수는 1991년 대한민국 문학상 번역상을, 그리고 1995년에는 이문열의 ‘시인’(The Poet) 영역판으로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각각 받아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고은의 선시(禪詩) ‘뭐냐’를 영역한 ‘Beyond Self’를 읽은 미국 비트세대의 대표적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안 교수의 번역솜씨에 대해 “번역이 뛰어나다. 미국 시인들에 좋은 귀감이 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데 많은 공헌을 한 셈이다. 그를 한국문학의 해외전도사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한국 차를 좋아한다.

“1990년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나가 틈틈이 다기(茶器)를 구입했고 1994년에는 녹차 만드는 사람들을 알게 돼 지리산을 가끔 찾기도 한다.”고 한다.
 

그는 1980년에 한국에 처음 온 뒤 서강대에서 강의를 맡던 1994년 한국인으로 완전히 귀화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적인 것에 흠뻑 빠진 까닭이 아니겠느냐고 웃는다.
 

한국문학을 번역해오면서 느낀 소감을 물었다.

 

“프랑스에 있을 때 시를 영역한 경험이 있다.”면서 “한국문학은 전통적 재미와 여유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어와 비교할 때 문법과 스타일이 다르고 특히 한국적인 ‘맛’을 번역하기가 힘들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안성댁’ ‘보릿고개’ ‘된장찌개’ ‘사랑채’ 등을 번역하려면 고민이 많이 된단다.

 

‘된장찌개’와 ‘사랑채’를 어떻게 번역하느냐고 했더니

“된장찌개는 Bean Paste Soup, 사랑채는 Men’s Court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며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일부 인터넷 상에는 사랑채를 ‘Love House’ 개념으로 잘못 번역된 곳도 있다.)
 

우리나라 번역문학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많이 번역해내는 것보다는 국제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헝가리나 불가리아 등 유럽쪽에서도 1년에 외국어로 번역되는 게 고작 10여권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2005년에만 영어로 30권이 출간됐다고 했다.

 

따라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 또한 다량의 번역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헝가리의 임레 케르테스의 경우 작은 소설을 불과 2권정도 번역됐는데 그나마 팔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한국문학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최근 세계문학의 흐름이 잘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문학은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TV드라마같은 작품이 너무 많으며 한국문학은 이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세계 작가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인들은 요즘 전통문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느 날부터인가 된장보다는 스시(壽司)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옛날 왕궁음식 등을 프로모션 하는 일이 여전히 부족하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와 집값 걱정 때문에 전통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의 전통음식은 정말이지 건강을 유지시켜줍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한국의 발효음식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요. 다시 찾아야 합니다.”
 

안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자주 펼쳐 주위에서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옛날 고시나 한시는 물론 공자와 맹자 등도 자주 읽어 한자에도 익숙하다.

 

“한자를 모르면 한국 문학의 깊이를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춘향가나 판소리는 중국과 다른 고귀함이 있는데 젊은이들은 잘 모르기도 하고 또 재미없어 외면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1940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테제(Taize) 공동체 수사(修士)인 안 교수는 잉글랜드 지방 출신으로 필리핀 빈민촌에 머물던 중 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으로 26년 전 한국에 오게 됐고 1985년부터 서강대 영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영국에는 현재 사촌 등의 친척이 산다.
 

서울 화곡동에서 프랑스와 스위스 출신 수사 3명과 함께 지내는 그는 홍어찜과 산채비빔밥을 좋아한다. 가끔 지리산으로 떠나 현지에서 나는 싱싱한 산나물을 먹고 물소리를 들으며 녹차를 마실 때가 더 없는 평화를 느낀다고 했다. 당연히 독신이기에 눈치 봐야 할 가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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