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빨간 흐름이 가는 곳"을 읽고

2003.04.01 03:33

無等 조회 수:283 추천:23

발등에 아니면, 하이얀 구두 그 뾰족한 끝머리쯤에
빨간 코피 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군요.
생멸(生滅)의 존재가 기인되어 있는 피의 속성에서자신을 찾아내며 새롭게 도약하려는 시도가 처절합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의도가 지나치게 의식되어 있어 읽을 때 혼선이 초래된다는 점이랄 까요.
오랜만에 남정의 좋은시를 대하고 기뻐서 한마디 남깁니다.

-無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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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흐름이 가는 곳

김영교

예고 없이
찾아 와
가슴 서늘하게 하는 떨림

핏 방울 하나 하나
꾀 많은 수치의 적혈구 친구들이
따뜻한 나의 심장을 울면서
떠나는 손짓

때론 멎지 않아
머리를 염려에서 빼내면
기대라고
다가오는 넓은 가슴 하나 있어
스르르 따라 흐르는 울림이 발등에 떨어진다

삶은
생멸의 연속
떠남의 멸 다음에
복원의 생이
약속으로 이어지는 길

빨강 너의 열정은
어제 속으로 떠나 보낸
길 잃은 나의 무관심
그렇게 사랑하지 못한 아쉬움
눈흘겨 준다
입안 가득 고인
그렇게 뜨거운 체온을
나눈 적이 없었던 인색함
코피되어 흐른다

내일
새로 태어나는 생명을 위하여
빨강 흐름이 가는 곳
자갈밭 나의 詩田
열심히 갈아 엎는다
보이지 않는 손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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