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성백군
살금살금
눈이 내립니다. 눈송이 몇몇은
빗금을 치며 바람의 눈치를 살핍니다.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거의 일 년 만의 방문인걸요
그러나 말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반갑지요
흩어져 뒹구는 낙엽을
나목의 텅 빈 나뭇가지를
길바닥을 밟고 간 수많은 인적을
내 머릿속 엉킨 생각을
더듬더듬 짚으며 조심스럽게 다독입니다
인제 그만 덮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 지나간 것들이니
없었던 것처럼 지우라고,
첫눈이 엄청나게 왔습니다
새해에는 새마음으로 시작하자고
천지가 온통 하얀 백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