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와 정형시 / 성백군
결혼 후 줄곧 아내에게 맡긴 이발
이제는 익숙할 만도 한데
조급한 내 성미가 화를 불렀다
물 묻혀 가지런히 머리를 빗기고
이쪽저쪽 머리카락 한 올 틀리지 않게
좌우대칭을 맞추려 깎고 또 깎는데
정작 거울에 비췬 내 표정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점점 우거지상으로 변한다.
“여보는, 어떻게 40년을 넘게
머리를 깎으면서도 정형시밖에 쓸 줄 모르느냐”고
“나는 들쑥날쑥한 자유시가 더 좋은데” 하고
퉁을 주었더니, “어라! 그러니까, 당신은
여자라면 노소를 가리지 않고 침을 질질 흘린단 말이지”
하며 꼬집어 돌리는데
애고, 하나님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당신은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바람 한번 못 피운
샌님인 것을
자유로운 삶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자유시에는 난해한 부분이 많다는 것으로 귀결지으며
꼬집힌 멍 자국을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