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놀랬느냐 나도 놀랬다/강민경
샌프란시스코 워너크릭* 동네 앞
공원 호수에 가면 먹이 따라 모여든
오리들과 새 떼들이 있다
방죽 억새 촘촘히 우거진
그이와 내가 산책하는 길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 사이를 날며
경쟁하듯 지지배배 울어대는 새소리 듣다 보면
찬바람에도 흥이 일어
추운 줄도 모르고 감상에 젖어드는데
느닷없이
내 발걸음 소리에 놀라
마른 억새 숲 밑 수면을 차고 오르는
오리 한 마리
그 부리에서 “살려 주세요.” 외치며
파닥이는 물고기의 절망을 보는 순간
그 짧은 찰나에
오리도 놀라고
물고기도 놀라고
놀랄 일 없는 나도 놀라고
무심한 세상도 놀란다고
평화로운 호수가 파문을 일으키며 파르르 떤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도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