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대로/강민경
산책을 하다 잠시 쉬는 저 앞
빨간 머리 새가 갈색 머리 새와
주둥이를 포갠다
어미 새가 새끼 새를 먹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푸른 잔디 사이 콕콕 쪼다가도
잽싸게 짹짹 크게 벌린 입을 본
어린아이, 입술 뾰족하게 모아 내밀고
쪼르르 다가 가 엄마의 목을 끌어 안고
재잘거리는 입술에 윤기가 돈다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 샛별이다
저만큼에서 이 광경을 방관하는 듯 한
젊은이 몇몇 킥킥거리며 하는 말
뽀뽀는 무슨, 키스하는건데 라며 얼버무린다
어미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먹인다, 하는
나와, 키스한다고 킥킥거리는 청년들과,
엄마에게 뽀뽀하라고
매달리는 아이를 재미있게 보는
한 중년 남자가 만약 전문가였다면
어미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거라고 증명 한다면
각자의 눈높이대로, 모르고 한 말이지만
내가 나잇값을 하였을 텐데!
침묵으로 사위어 가는 노을이 벌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