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지 않으면/강민경
우듬지 어린 나뭇가지는
부모 잘 만난 것처럼
푸른 하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큰 나뭇가지에 터 잡고 무람없는 바람에
요리, 저리 몸을 뒤채며 호사를 누립니다
평생 꺾이지 않을 줄로 믿었던
단단한 원목이 맥없이 꺾였을 때의 절망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할 겁니다
자리 덕에
공으로 햇볕 잘 받아
일광욕으로 살찌운 부귀영화가
지난밤 폭풍에 일장춘몽이라니!
저승 문턱이 눈앞입니다
두려울 것 없이 자신만만했는데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한 가책
다 업보지요.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재난을 만났을 때
할 일이 없습니다. 차라리
저 아래 밑동 낮은 자리에 태어났더라면… .
꺾여서도 땅바닥에 엎어져
자리만 탓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