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부자 / 성백군
늙은 노숙자
공원 의자에 앉아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언제 왔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금방
온갖 종류의 새들 빼곡하다
어깨에도 앉고 무릎에도 앉고…
더러는
‘얻어먹는 주제에
새 먹이가 웬 말이냐’는 생각도 들고
‘친구 하나 없으면서
새와 사귀어 무엇하자는 것이냐’며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지만
언제 대가를 바라고 한 짓이 든가
인류 역사상
새에게 은혜를 입고자 하는 사람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말 안 한다
먹이 떨어지자
새들 날아가 버리고 노숙자도
떠나고
그가 앉았던 빈 의자에는
햇볕이 모여들어 오글오글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