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2017.02.16 08:19

2017년 2월-곽상희 서신

조회 수 2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8. 곽상희 2월서신

 

어느새 1월은 무섭게도 우리를 누르며 무겁고 불확실한 꿈, 희망 하나 남겨두고 떠났다고, 그렇게 푸념 비슷하게 하며 그대와 마주합니다.

오세영시인은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이미 없을 것이라고 2월이란 시에서 말하고 있지요. 그러나 2017 해의 1월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달,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었던 우리에겐 참 무겁고 혼란스러웠던 달, 기다림 만 남아, 다만 인간의 가장 순수한 무릎만을 요구한 달이었다라고,

그런데 그 1월도 훌쭉 떠나고 우리에겐 타작을 기다리는 산더미 같은 낱단만이 남았네요. 부끄럽게도, 아니,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 그만 두라고요? 시만 말해요. 당신은 시인이니, 시만, 아름다운 시만 우리의 답답한 가슴을 편안하게 닦아주는 시만, 그러나 시인의 시는 어디서 배태되나요? 또 전 말해야겠어요. 시인은 자신에게 정직해야하고 진실해야하고, 진실과 정직하지 못할 때 시인은 시인의 자리를 떠나야한다고.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시를 말할 수 없을 때 시인은 침묵해야하는 그것이 시인의 운명이라고.

정성수 시인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2월의 시에서 말했지요. 아직도 차갑고 헐벗은 들, 들로 나가 스스로의 생의 결의를 위해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되겠다고. 그렇게라도 부르짖지 않으면 안 되는 가슴의 답답함, 고달픈 현실의 불행을 토해야하는 시인의 말은 남다르다고 보와 지네요.

그러나 이향아 시인은 그의 시 2월에도에서 마른 풀섶에 귀를 대고 소식을 기다리는 조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른 풀섶에 귀를 대고/소식을 듣고 싶다/빈 들판 질러서/마중을 가고 싶다/해는 쉬엄쉬엄 은빛 비늘을 털고/가물소리는 아직 칼끝처럼 시리다/맘 붙일 곳은 없고/이별만 잦아/이마에 입춘대길/써 붙이고서/놋쇠징 두드리며/떠돌고 싶다//봄이여, 아직 어려 걷지 못하나/백리 밖에 휘장 치고/엿보고 있나//양지 바른 미나리꽝/낮은 하늘에/가오리연 띄워서/기다리고 싶다/아지랑이처럼 나도 떠서/흐르고 싶다얼마나 시인이 외로웠으면 놋쇠징 두드리며 떠돌고 싶다고 말했을까요? 그의 시는 그의 현실의 고통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2월이 봄을 기다리는 심상을 잔잔하고 질서 정연한 어투로 깊은 여운을 남기며 속삭이고 있네요.

기다림, 2월의 가슴 저려오는 기다림, 개인의 기다림이 아닌 보다 큰 아주 큰 대의의 기다림을 안은 우리, 고개를 돌려도 파도는 거친 자갈돌만 실어 나르고, 그러나 더 따뜻한 바람, 보다 인간다운 바다의 물결소리가 봄의 바람을 등에 업고 오기를 .... 어느 아침 나는 잔디를 뽑는 잠에서 눈을 떴어요.. 그것이 시가 되어 부끄러운 시 하나 결국 띄우게 되네요.

 

잠에서는 잔디풀뿌리 뽑으며

나는 울었다

 

쓰디쓴 내 손가락 표독스러운 만큼

나의 숨 헉헉거리고

맨 손으로 오는 힘은

나의 속 어디서 오는

젖먹이 울음인지

 

촛불이 눈앞을 가리우고 태극기가

컴컴한 광장의 하늘을 휘날고

32 코리아 타운

잔디의 길고 긴 눈 먼 뿌리는

슬프게도 꼭지 탑 오른다

 

이별하는 연인의 등을 닦아주던

촛불의 길고 가는 줄을

아름다운 철학의 나라, 파도에 실어

가오리 연 하늘 높이 띄울까?

 

, 절묘하게 눈치 보던 하늘이

때맞추어 하얗게 하얗게 천지의 가슴

덮어 주네

 

나의 애인 대한민국아! (2017. 1)

 

이 졸시를 퇴고하는 날 때맞추어 하늘에서 눈이 참으로 곱게 내려왔어요. 그것을 어쩌면 시인에겐 때 맞는 기적 같은 축복이라고 말 할 수 있을는지요.....

그러나 보다 절실한 시를 쓸 수 없었음에 사과를 드리며, 1980년대 조국을 향하여 한권의 시집으로 그 아픔을 함께하려고 했던 그 때의 그 시집처럼 나는 여전히 등허리 덜 곧은 시인에 지나지 않다는 안타까움을 안으며, 아직도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졸시 새가 저의 방언으로닥아 주는 나의 속울음, 나의 울음이 정직하고 진실 되기를, 2월의 기다림으로 뉴욕의 후라싱 동구 밖에 서서 이마에 손을 올리고, 더 큰 위로의 시인이 되지 못합을 사죄하며......갓드 불래스 코리아 앤 아메리카! 아듀....

 

2월에도 여전히 우리의 모임은 넷째 토요일 2시에서 4시로 34 37 146 St. Fl. NY. 지난달에는 많은 회원이 넘치게 모여 따뜻한 시의 우정을 나눴습니다 -646 283-5658/ 646 241-374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87 두 마리 나비 강민경 2017.03.07 221
1186 경칩(驚蟄) 하늘호수 2017.03.07 219
1185 정상은 마음자리 하늘호수 2017.03.05 213
1184 뜨는 해, 지는 해 강민경 2017.02.28 189
1183 수필 아프리카의 르완다를 다녀와서-이초혜 미주문협 2017.02.26 289
1182 이데올로기의 변-강화식 1 미주문협 2017.02.26 259
1181 (동영상시) 새해를 열며 2 차신재 2017.02.23 408
1180 겨울바람 하늘호수 2017.02.19 136
1179 白서(白書) 가슴에 품다 강민경 2017.02.16 150
» 기타 2017년 2월-곽상희 서신 미주문협 2017.02.16 298
1177 입춘(立春) 하늘호수 2017.02.15 259
1176 파도의 사랑 2 강민경 2017.01.30 165
1175 2월의 시-이외수 file 미주문협 2017.01.30 535
1174 수필 속살을 보여준 여자-고대진 미주문협 2017.01.30 549
1173 햇빛 꽃피웠다 봐라 강민경 2017.01.23 186
1172 수필 ‘구구탁 예설라(矩矩托 禮說羅)‘ son,yongsang 2017.01.22 634
1171 어떤 생애 하늘호수 2017.01.20 227
1170 양심을 빼놓고 사는 강민경 2017.01.16 216
1169 독감정국 하늘호수 2017.01.16 321
1168 기타 2017 1월-곽상희 서신 오연희 2017.01.10 335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