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이월란(09/03/28)
주말 한국식당, 주방 옆 테이블 위로 자꾸만
주인여자의 불평이 젓가락 대신 올라오고
종업원 아이의 글썽이는 눈망울이 물잔 대신 먼저 올라온다
저거 할 땐 이거부터 하랬잖아
그게 먼저 나가면 이건 언제 나가니
내가 몇 번을 더 말해야겠니
메뉴판을 들고 나오는 아이의 눈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처음 시집와서 분가를 결심할 때까지
시어머니가 세워둔 그녀의 키친왕국에서
난 처음부터 독립을 꿈꾸는 앙큼한 시녀였었지
대체 무엇을 위해 내가 나이길 포기해야하나
마늘 한 쪽의 결제서를 내밀며 마늘처럼 쓰리던 자아
자고로 요리는 각자 지맘대로 주물러야 맛이 나는 법
결코 분가를 꿈꾸지 못하는 생업의 시집살이가
내 딸 같은 종업원 아이의 눈망울 속에서 매콤히 반짝인다
식사가 차려진 테이블 가득 시집살이가 분분하다
첫술 떠는 국맛처럼 짭짤한 목숨은 늘 눈물을 닮았다
소박맞은 친정살이도 만만찮아
따뜻한 목숨을 끼니마다 차려내야 하기에
천륜의 생애을 모시고 사는 우리는
순종밖에 배우지 못한
남녀노소 한데 묶인 평생의 며느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