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귀
이월란(09/04/02)
소리 없는 것들의 소리가 들려. 허공으로 부웅 뜰 때조차 땅내 나는 페달이 달라붙어 부르릉대지. 쓰다듬어 줄 때마다 가르랑대던 고양이도, 떨어진 문풍지같은 당신의 숨소리도 아니야. 세면대로 이어진 수도관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엘커트래즈감옥의 죄수들처럼 속삭이는 옛이야기, 언어의 새장 속에서 메트로놈의 숨겨진 시계추처럼 먹이를 쪼고 있어. 눈이 밝은 우리는 환시보단 환청이 가깝지. 늑골 바로 아래 둥지를 튼 소리의 넋은 간혹 간질에 이르는 나를 무시하기도 하지만, 반향음으로 소리의 지도를 그리는 청맹과니의 지팡이처럼 보이지 않는 언문을 두드리며 또 걸어갈래. 소리의 커튼은 찢어진지 오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