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생각 중
이월란(09/04/04)
열뭇단을 펼쳐놓고 생각의 이파리들을 다듬고 있는
엄마는 중얼중얼
물 흐르는 개수대 위에서 밥알처럼 둥둥 떠다니는
사고의 찌끼들을 설거지하고 있는
엄마는 중얼중얼
반질반질한 마룻바닥에 끝도 없이 떨어지는 잡념을
쓸고 닦고 또 쓸고 닦는
엄마는 중얼중얼
내 머리 위로 사라진 동네아지매 뒤통시에 대고도
못다한 몇 마디가 못내 아쉬워
엄마는 중얼중얼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트로트를 처량히 따라부를 때도
냉장고 속 묵은 밑반찬과 대화를 하는
엄마는 중얼중얼
먼 산을 가까이 가까이 쉴새없이 부르던
중얼중얼 엄마가 내 속에서 부활 했나
엄마는 중얼중얼
아가야 길을 비켜라, 엄마는 생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