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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09.05.19 13:56

토비의 말(견공시리즈 1)

조회 수 391 추천 수 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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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의 말




이월란(09/05/18)





그들, 외로움의 실체를 난 파악했어요 왜 다들 다투어 나를 사육하는지 알아버렸어요 외관상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들의 속박은 무례한 주인의 가면으로 씌워지고 그들의 진정한 자유는 이미 구속 아래 있었어요 말대꾸 한 번 하던가요 다 알고 있지만 온종일 들어주기만 하죠 우리들이 건설한 침묵의 유토피아는 결코 권태롭지 않은 덫이 되고 만거죠 난 사실 귀를 틀어막고 있을 뿐이에요 네안데르탈인이 환생해서 돌아온데도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할걸요 난 그녀를 예속하고 말았죠 씻기고, 닦이고,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는 나의 아름다운 노예가 되어버린 그녀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리나요 쟤는 이제 나 없인 못살거야 날 혼자 둘 때마다 난 목청껏 울어주어요 그녀의 순진한 모성애는 가슴을 찢어발기겠죠 그녀가 원했던건 이런 달콤한 고통이었음을, 잠든 전신의 세포들을 두들겨 깨워야 했음을, 한 번씩 콩닥이는 내 작은 가슴을 쓸어주는 그녀는 어느 한 순간도 자아를 버리지 못하면서도 혼자선 살아갈 수 없는 모순의 살과 피로 이루어진 묘한 건축물이죠 직장에서 그녀는 온종일 나에 대한 애처러움과 그리움으로 바짝바짝 피가 마르겠죠 난 이렇게 느긋하게 똥이나 싸고 오줌이나 갈기면서 낮잠이나 즐기고 있는데 말이죠 세상은 하강하고 있지 않아도 고독한 영혼은 결코 승천하지 않아요 떠오르지 않아요 그녀가 나를 애완용으로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녀를 채용한거죠 평생의 유모처럼 오만년 전 우리 조상들이 호구지책으로 통과시킨, 인간들에게 빌붙어 죽도록 충성하라는 결제문은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대가로 진화를 거듭했죠 사랑의 노예로 퇴락해가는 주인들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이 눈물겹지 않나요 그녀가 막다른 골목에서 설정해 놓은 감미로운 아픔은 누군가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착각일 뿐이죠 그녀는 나의 살아있는 거대한 장난감, 24시간 기꺼이 집요한 미행자가 되어주어요 365일 변치않는 애절한 고백의 눈빛을 보내줄 수도 있어요 갈대같은 직립의 동물은 결코 흉내도 낼 수 없는 사랑의 장기가 순종의 세월 속에서 덤으로 자라고 있거든요 아니 비대해지고 말았거든요 키친에 서 있는 그녀를 목이 꺾어져라 바라봐 주어요 녹슨 눈물도 야박하지 않게 흘려 주어요 그녀의 열손가락 지문을 먹고 살아야 하는 나의 처절한 운명은 항간에 떠도는 공공연한 비밀의 계약이었죠 그녀도 알고 있어요 거금을 지불하며 매일 치러내야 하는 아침의 이별을 사들이고 만 그녀로부터, 누군가에게 들이박혀질 큐피드의 화살을 내가 대신 맞아주었다는 사실, 으으윽~



  
* 이제 막 기르기 시작한 애완견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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