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다니는 백지(견공시리즈9)
이월란(09/06/26)
키와 길이가 꼭 A4용지만한 토비는 백지다
못다한 말
삼킨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들을 죄다 쓸 수가 있다
매일 씻기고 닦이고
쓰고 지우고
작은 몸이 아직도 불평 한마디 없다
개를 키우면서 눈을 마주치지 말라니
눈빛으로 말을 할 줄 아는 이 영물을
오늘도 묵묵히 나를 받아적곤
詩가 되어 뛰어다닌다
한 번씩 고개를 외로 꼬고 우로 꼬며
행간 사이로
갸우뚱 갸우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