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첩(견공시리즈 48)
이월란(09/11/15)
남편이 출장을 갔다. 우리 둘만 오붓하게 자자고 꼬셔봐도 토비는 밤새도록 침대 위를 뛰어다닌다. 히터 도는 소리에 벌떡, 히터 꺼지는 소리에 벌떡, 아이들 발소리에 벌떡, 별똥별 떨어지는 소리에 벌떡,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벌떡, 꽃잎 지는 소리에 벌떡, 주인님인가봐요. 주인님이 오셨나봐요. 퍼덕거리며 주인 없는 베개를 킁킁킁, 벌떡 벌떡 벌떡, 덩달아 밤새도록 잠을 설쳤다. 살가운 토비 덕분에 살맛이 난다던 주인님이 돌아오면 숨 넘어가는 키스세례에 또 한 번 행복해지겠지. 늙어가는 나의 애교를 대신 감당해주는 토비. 날이 밝을 때까지 침대 끄트머리에 엎드려 돌아오지 않는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다. 20년 넘도록 열심히 살 섞으며 산 마누라보다 낫다. 주인님은 출장 중이야.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의리에 죽고 사는 애첩, 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