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이월란(09/11/30)
길 위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어슬렁 어슬렁
네 발로 만져보는 현실
수선 피우지 않아도 돼
아무도 쫓아오지 않아
내 안에 길이 들어 있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아
발밑에서 엉킨 길들이
가슴 속에서 풀어지는
나는 길을 먹고 사는 길고양이
꼬리로 슬쩍 휘감아보는
내 밖의 길은, 꿈
늘 목마르고 배고픈 혀를 따라
꾸불꾸불 기어나오는 길 따라
태양은 딸꾹질처럼 솟았다 꺼지고
어둠이 길을 먹고
세상이 모두 길이 되는 밤이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내장 같은 길
꺼내보고 또 꺼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