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명晦冥 걷기 2
이월란(09/12/02)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있다보면
어둠 속에도 벽이 있었다
어둠 속에도 길이 있었다
어둠은
서 있는 가슴들의 의자가 되어
무너지는 체중을 떠받치고 있었다
두 손이 두 눈이 되어
야음이 타는 음률 따라
더듬더듬 일어서고
더듬더듬 걷게 되고
숨 쉬는 얼굴 앞에서
깜빡이는 눈동자 앞에서
깨어지지 않는 어둠은 익히 없었다
어둠조차 해독해버리는 신체의 비밀
빛의 산란産卵이다
빛이 알을 낳고 있었다
마음의 동공이 커지고 있다
보이지 않던 장애물들의 윤곽이 흐릿하게 잡히고 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