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귀
이월란(09/11/23)
돌아보지 마
돌아보지 마
손금처럼 뻗은 빈가지들의 탈곡소리
지루하게도 흩날리던 고요가
발밑에 들러붙어 곡을 한다
메마른 물거품 속에
가을이 몸을 뒤집는 소리
으깨어지는 가을의 심장이
붉어지는 소리
무릎꿇는 다비의 소리
지척에서 바스락거리는 원시의 계절은
가을이 배설하는 기억의 거름이 되고
아득한 복고풍의 소음은
생명과 주검이 화해하는 소리가 되고
가을을 학대하는 고주파의 희열로
날아다니는 가벼운 슬픔으로
염천의 수도를 마친 성자의 걸음 아래
가을의 뇌파가 기록되고 있다
짓밟힘의 미학으로
낙엽 밟는 그 소리
바삭바삭 세상이 부서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