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월란(10/03/09)
내 詩의 아버지는 세기의 바람둥이
한 잔 걸치실 때마다 좆같은 새끼들만 불러 오시던
항간의 농담 같은 진담에 눈뜨던 유년의 동그란 눈동자는
엿듣던 그 천박한 문장에서마저도 품위를 느껴야 했던 우리는
매일 스투파를 도는 순례자들처럼
우리 집의 제일 맛난 것들만 약처럼 골라 드시던 아버지의 성지를
시계방향으로만 맴맴 돌던 우매한 신도들이었나
엄마의 눈물이, 그 눈물의 출처를 짐작하던 날
무너져 내리는 어린 담벼락에 붙어 서선
좆이 뭔지도 모르고 세상은 좆같은 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랬는데
세상에 있는 남자들을 다 때려죽이고 싶었어도
아버지만은 살려두고 싶었다
이젠 아버지를 보내 드리세요
즐거운 인생만 남겨두고 가신 아버지를 난 붙들고 산 적이 없어요
아버지가 자꾸만 찾아오실 뿐이에요
세상은 좆같은 데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