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별
이월란(10/03/10)
눈내린 겨울밤엔 별이 뜨지 않는다
눈 내린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베갯머리에서 눈맞춰 둔, 시선 끝의 별 세 개
따뜻한 나라로 날아가버린 철새였다
별 없는 밤, 폭설을 머금고 눈뜬 하늘
뜨거워진 지구가 머리를 식힐 때쯤
기상청의 적설량은 너와 나의 두절
내일도 눈밭이겠다, 눈을 업고
철새의 날개를 달고 날아간버린 겨울별들
회귀선 엉킨 하늘 영토마다
저 별들의 고향은 언제나 멀고도 따뜻한 곳
저 별들의 고향은 언제나 더 눈부신 곳
저 눈 다 내리고나면, 다 쏟아지고나면
여기보다 더 따뜻한
철새들 돌아오는 봄의 문턱쯤에선
별들도 돌아와 내 눈 속에 둥지를 틀겠지
태평양의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아기 엘니뇨의 울음소리로
별들이 날아간 북극은 예년보다 더 따뜻하단다
허공이 컹컹 하얗게 짖고 있는 밤
기억처럼 박혀 있는 별 하나
자꾸만 창틀 밖으로 기어나가고 있다
별 없이도 밤하늘이 푸르다
별처럼 박혀 있던 당신이 가고서도
하늘이 여전히 푸르렀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