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이월란(10/03/24)
이유가 있었다, 근거없이 몰려드는
까닭이 있었다, 빌미없이 머무르는
정당한 지능지수가 뭉근히 배앓이를 하며
시간의 물이 흘러간 곳에
미처 떠내려 가지 못한 영문
가리고 싶은 허공의 늪에서
난장질도 삼키고 돌팔매도 삼켜버린
하강한 구름의 담을 따라
관통하고서야 뒤돌아볼 줄 알게 된
달려온 길의 행방이 끝나고서야 훤히 보일
묘연한 사이
허공을 부등켜 안고서
부딪칠 때마다 눈물이 되는 안개의 땅
눈동자에 백태 같은 렌즈를 나눠 끼고
바람마저 마비된 저승처럼 아름다운 곳
바벨의 언어가 뭉실거리며 떠 있는 곳
본능이 정체하는 구간
(나는 미칠거에요
꼭, 미치고 말거에요)
신도시의 경계를 따라
피가 돌 때까지
무덤 속에서 우리, 하얗게 살아 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