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이월란(10/07/15)
엄마박테리아를 물고기처럼 잡아먹어야 산다는데
철없는 아가들은 절망과의 공생을 익히지 못하고
등식을 부등식으로 만들어버린 뒤
쥐좆이 되어버렸다가, 거인의 머리통이 되어버렸다가
견딜 수 없자 핸드폰 고리에 목을 매더군
미끄러져 나가봤자 엄마의 다리 사이
어린 번뇌마저 삭발 당해버린 동자승처럼
눈물조차 철없어
머리칼이 자라지 않는 이 곳은 천사들조차
밟지 못하는, 침해 받을 기본권이 없는 붉은 땅
원시선 한두 줄, 긋다 보면
폐기되지 않을 세포군이 될까
발육 당하는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렴
최소한 인간이 되기를
나는 체외에서 인공 수정되어
모체에도 착상하지 못한 그리움의 배아
생명의 연속선상에서 잠시 예외 되어버린
또 다른 우주의 시작이라는 거
빙점과 비등점 사이에서 박제되어버린 마음으로
몸 밖에서도 승인이 떨어지는 세상
냉동실처럼 시린 땅에선 늙지도 못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