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대를 그리워함은
이월란(10/07/21)
내 그대를 그리워함은 겨울 가에 잔설이 남아 있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 겨울이 잔설을 두고 휑하니 가버려도 잔설만 남아 봄볕을 견디는 것만큼이나 하찮은 고뇌라
다시 피어나는 꽃들에게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을 말해주는 꽃샘바람만큼이나 부질없는 미련이라 이른 봄까지 남아 있는 늦은 눈의 미련한 고뇌라
나는 겨울처럼 휑하니 떠나고 다시 흰 눈이 소복이 쌓여도 봄볕에 견딘 잔설의 눈물이 다시 내리는 이치나 하얗게 죽은 심장으로 부서져 내리는 지난날의 위상을 나는 끝내 모르는 일이라
여민 창밖에 다시 내리는 흰 눈의 빗금도 내가 알 수 없는 타인의 세상이라 똑같은 시간의 대지를 하얗게 덮을 수 없음을 나는 이미 알고도 남았음이라
빙하의 나라에 내리는 새 겨울의 추락도 내겐 속절없는 날개일 것임이라 지나간 계절은 다시 오지 않는 것임을 잊지 않고도 똑똑한 그대의 기억 앞에 다시 엎드리고 마는 우매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