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뭔데
이월란(2010/08)
기계음들의 조합에 신물이 날 때까지 참을 수 없지요
시시콜콜 뻔한 꽃의 결말을 싹둑 잘라버리고
미스테리한 줄기 위에서 다시 피어나고 싶지요
누구에게라도 거룩하게 부여하고 싶은
종말의 자유 한 잎, 입에 물리고 싶지요
꽃들은 뇌를 쏟으며 쓰러지고 있는데
공중의 장례식을 집도하며 정색하는 세상 앞에서
습기 없는 말들을 유언처럼 흘리며 살아온 죄
주섬주섬 주워 온 말들이 책갈피 속에서 혈서처럼
말라 있던 붉은 사유의 즙으로
즉흥적이어서 더욱 끔찍한 시나위 한 자락에 목을 매지요
점점이 이식되고 있는
대상 없는 반항의 묘목으로 자라다 뿌리 뽑혀도
산발한 기억의 머리채를 끌고 와 치렁치렁 엮어 만든
가발 하나 뒤집어쓰고 다니면서 나는
오래 미친 듯 다시 행복하고야 말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