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숲
이월란(10/07/28)
투명한 그물처럼 나를 휘감고 있는 그것들을 떼어내어 멀리 심어두고 오면 나이테도 없는 것들이 햇살 춤을 추며 눈앞으로 날아오곤 했다 그 무명의 율동을 나는 가지라 불렀다 잎이라 불렀다
물처럼 나를 비추는 땅 위를 출렁거리며 걸어왔을 뿐인데, 음양으로 누워 경계의 그림을 그리는 의식의 축제는 시간의 뒷모습으로 연명하는 수심의 물관으로 통통히 자라고 있었다
거대한 평면기호를 해독해야하는 순간이 덮칠 때마다 해와 눈을 맞추는 일이 불가능함을 새삼 깨달았던 것인데, 깊고 으슥해진 비밀한 곳에서 태어나는 짐승의 첫 울음 소리는 수풀 속에서 굴뚝처럼 자라고 있었다
열대야의 잠이 길을 잃고 울창한 발소리 산비탈을 오를 때마다 온데간데없다 어른대며 깔리는 캄캄한 그늘의 문양, 밟지 않고 지나가야 하는 그 밀림의 미로를 사람들은 인연이라 불렀다
혼자 가을이 되어 아름다운 치부가 여기저기 떨어져 쌓이는 곳마다 불을 지르고 다닌 봄날, 어둠 속에서 악령 같은 꽃들이 부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