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말감염
이월란(2010/08)
저온증에 시달리는 저 꽃들의 잔병치레로 진단해 주세요
인후통에 지친 기침소리 같은 말들로 가슴을 입원시키진 않겠어요
안면마비의 하루도 말초의 두 손과 발로 허우적거리며 당도해버리고 말았네요
우리, 식기마저 공유했나요?
둥둥 뜨는 밥알 같은 날들을 번갈아 건지며 연명했는데
북상하는 장마전선 아래 떠내려 가버린 저 아득한 유년의 하늘을
나는 이제 올려다보고 싶은 거잖아요
당신의 림프샘에 한 두 방울 떨어뜨린 붉은 균들의 너비를 재어보고 있어요
너비아니 구이처럼 자꾸만 얇아지는 아메리카나이즈, 아메리카나이즈
너덜너덜해지면 저절로 소화가 될까요
널 이해할 수 없어, 밥 대신 포테이토를 먹어 봐
기침을 통역하고 있어요
기침을 해 보세요, 나의 기도는 항상 열려 있지요, 활짝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린 네 살 박이 아이가 되어도
내 밥만 하다 죽은 엄마의 혀를 잘라낼 순 없잖아요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픈거잖아요